정부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LCD 공장 설립에 관해 비공개 논의를 갖는다. 단순한 상황 파악 수준에 그칠 수도 있지만, 지난해 국무총리실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승인 이후 명확한 이유 없이 발표를 늦추는 중국 정부에 압박카드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지식경제부는 오는 9일 김경식 무역투자실장을 단장으로 한국-중국·대만 간 ECFA(경제협력기본협정) 민관 합동 TF를 발족하는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지난해 말 우리 정부의 LCD 중국 투자 승인 이후 처음 열리는 후속 논의다.
중국 정부의 최종 승인이 두 달 이상 지연되면서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의 중국 투자는 물론 연관 국내외 투자 일정 자체가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총 2조6000억원을 들여 7.5세대 LCD패널을,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에 4조7000억원을 투자해 8세대 패널 공장을 건립키로 하고 우리 정부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 비오이, 일본 샤프, 대만 AUO 등도 앞다퉈 중국 정부에 투자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상황이 어긋났다. 중국 정부가 중장기적인 공급과잉 국면을 우려해 외자기업 중 두 곳만 선별해 허용해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우리 정부도 국내 산업계 보호와 투자시설 관리 측면에서 적극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한 관계자는 “업계로선 중국 정부의 승인을 마냥 기다릴 수만 없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 논의를 통해 어떻게든 대안을 찾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TF는 중국과 대만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과 관련 업종별 영향과 한-중 FTA도 동시에 논의할 예정이다.
지경부는 중국·대만 간 ECFA가 발효돼도 우리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LCD·가전·컴퓨터 등의 수출에 심각한 타격이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는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이미 무관세가 적용되며, 가전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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