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의 기적
수전 배리 지음. 김미선 옮김. 초록물고기 펴냄.
인간이 시각으로 인지하는 세상은 너무나 당연하게 3차원 입체지만 여기에는 매혹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다. 원래부터 그런 인간의 ‘3차원’ 시각 인지 능력이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대한 의문은 시각의 당연함 앞에 묻힌다. 이 책은 어린 시절부터 사시였고 입체시를 보지 못했던 한 신경과학자가 2차원으로만 보던 세상을 시 훈련 치료를 통해 어느 순간 3차원으로 보게 된 여정을 드라마틱하게 담았다.
그녀가 3차원 입체시를 회복하던 과정은 신경과학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그녀의 ‘3차원의 기적’은 지난 40여 년 동안 신경과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던 ‘결정적 시기론’을 한 방에 깨버린 경험이기 때문이다. 결정적 시기론은 대략 3~4세가 지나면 3차원의 입체시는 회복 불가능하다는 이론이다.
마흔 여덟 살까지 2차원만 볼 수 있는 시각장애자였던 수전 배리는 이 책에서 결정적 시기론의 문제뿐 아니라 시각에 관해 과학적이면서도 쉽게 해부한다. 두 눈을 통해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3D는 어떻게 보게 되는지, 시각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등을 설명해 쉽고 편하게 ‘시각’에 접근한다.
프린스턴대학교 생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마이애미 의대와 미시건대학교에서 신경과학을 연구한 학자인 그녀는 자신의 몸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3차원의 비밀을 과학적 성과와 기적으로 실현했다. 이 실험에서 배리는 성인이 돼서도 눈의 정보를 융합할 수 있는 뇌 회로가 다시 배선되고 변화해 입체시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그녀의 실험은 사적이면서 과학적이고 표현은 시적이다.
고정관념을 깬 그녀의 노력에 학계와 미디어는 뜨겁게 반응했다. 저명한 신경과학자 올리버 색스가 ‘뉴요커’에 수전 배리의 이야기를 담은 ‘스테레오 수’라는 글을 쓴 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유수의 언론매체가 그녀의 이야기를 앞다퉈 다뤘다.
‘한 신경과학자가 안내하는 3D 세계로의 특별한 여행’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그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시각에 대해서 이토록 매혹적이고 과학적으로 쓴 책을 다시 보기는 힘들 것’이라는 평가는 과찬이 아님을 알게 된다. 1만3000원.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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