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학벨트,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사업이 말 그대로 ‘난맥상’을 보인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이를 전제로 한 과학벨트 재입법안 역시 오리무중 상태에 빠졌다.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는 재선정 절차를 밟겠다고 공언하지만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에 대한 입장이 오락가락 한다. 과학벨트사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과학기술계의 요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예산마저 삭감하더니 이제 정치권과 지자체의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과학벨트 사업은 현 정권 내에 현실화하지 못할 게 뻔하다.

 과학벨트 추진을 담은 관련 법은 지난해 2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제출돼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당초 3조5000억원이라는 재원 마련이 걸림돌이 돼 계류됐다가 정부와 여당이 세종시를 과학교육중심 경제도시로 바꾸는 과정에서 유관 법들과 함께 처리하기 위해 또다시 순연했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자, 정부는 당초 과학벨트 계획과 달리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등을 각 지역별로 분산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결국, 과학벨트사업에 대한 결정이 과학기술계 입장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정치적, 지역적 논리만 난무한다. 과학벨트법은 세종시와 맞물려 정치적 결정이 있어야 해 조속한 설치를 위해선 분리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정부측 설명에 더욱 기가 막힌다.

 과학벨트가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숙원 사업인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등 대형연구시설이 한 자리에 들어설 과학벨트가 국내 기초과학 연구의 질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선진국 모방 전략에서 벗어나 기초역량에 기반한 창조적 성장을 위해서는 과학벨트를 하루빨리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론이 없다. 그럼에도 과학벨트사업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정책적 의지 문제다. 현 정부 스스로 정말 과학벨트 사업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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