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정부가 수정안의 핵심 내용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를 당초 계획과 달리 지역별로 분산 설치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계는 분산 설치는 당초 목적에는 크게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기능과 비즈니스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시너지 효과가 있다며 우려의 반응을 나타냈다.
30일 교육과학기술부 고위관계자는 “수정안이 부결돼 과학벨트가 세종시의 핵심에서 ‘플러스 알파’로 입지가 축소됐다”면서 “3조5000억원이라는 재원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다른 지역의 반발 등을 고려한다면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등을 나눠 다른 지역에 설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학벨트법은 세종시와 맞물려 정치적 결정이 있어야 해 조속히 설치하려면 분리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며 “이미 대구경북 등 비(非)충청권에서 기초연과 가속기 등 주요 시설을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과학기술계는 크게 반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등이 각기 다른 지역으로 흩어져 조성되면 애당초 이 두 시설과 주위의 다른 연구기관·대학 등 연구개발(R&D) 인프라와의 기업 간 시너지 효과를 노린 과학벨트 자체가 기능을 잃게 된다는 주장이다.
정부 출연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범국가 차원의 중요한 프로젝트를 나눠 먹기 식으로 찢는다면 과학벨트의 당초 순기능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방안이라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나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과기계 관계자는 “정쟁에 국가의 백년대계가 산으로 간다”면서 “정부는 당초 밝힌 정책 목표에 맞게 과학벨트를 이른 시일 내 선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1월 교과부가 마련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보고한 당초안과 국회에 제출한 과학비즈니스벨트법안에는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거점을 구축하고 과학과 비즈니스의 융합을 통한 미래 신산업 창출을 목표로 적시했다.
황태호기자 thwhang@etnews.co.kr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안>
◈ 비전 : 기초과학의 획기적인 진흥을 통한 신성장 동력 창출 및 세계 일류국가 창조
◈ 목표 :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거점 구축
-과학과 비즈니스의 융합을 통한 미래신산업 창출
-저탄소 녹색성장 성공모델 구현
◈ 5대 추진과제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연구원 설립 운영
-대형연구시설로서 중이온가속기 설치
-지속성장 도시조성을 위한 비즈니스기반 구축
-과학과 문화예술이 융합된 국제적 도시환경 조성
-기초과학 거점 조성 및 지역연구거점과의 네트워크화
(자료 교과부, 2009년1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제출본)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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