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이 부품에 결함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이용해 제조한 데스크톱PC 1000만대 이상을 유통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 윤리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사건으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30일 델이 지난 2003년 5월부터 2005년 7월까지 부품 결함으로 인해 고장날 위험이 있는 기업용 ‘옵티플렉스’ 데스크톱PC 모델을 1180만대 이상 출하했다고 보도했다.
델은 유독물질이 흘러나와 제품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는 콘덴서를 이용해 만든 마더보드를 옵티플렉스 모델에 탑재했다. 이 콘덴서는 일본 전자부품업체 니치콘에서 공급한 것으로 다른 PC제조사에도 공급됐다.
델은 자체 조사 결과 콘덴서 중 97%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지만 이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고장이 접수된 PC에 대해서만 교체를 해주고 계속 제품을 판매했다. 판매 부서에는 그 사실을 고객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주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실은 뉴욕타임스가 단독 입수한 소송 관련 문건에서 드러났다. IT서비스업체인 AIT는 지난 2003년부터 2098대의 델 PC를 리스해 인터넷 서버로 사용하다 2004년 11월 거의 모든 옵티플렉스 모델이 고장나자 제품 자체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데이터 손실 등 여러 피해를 입었음에도 델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자 델이 보증 협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노스캐롤라이나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관련 문건에서 델의 부도덕성이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결함 있는 옵티플렉스를 판매하던 시기에 델이 재정상 위기를 겪으면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델은 제조 단가를 낮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엔드포인트테크놀로지스어소시에이츠의 로저 케이 애널리스트는 “델은 평판 하락이라는 충격을 받게 됐다”면서 “이번 문서로 델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중 하나라는 타이틀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문제가 된 옵티플렉스 모델은 한국에서도 판매됐다. 델코리아 관계자는 “2003~2005년에 판매됐던 모델로 현재 제품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니치콘 콘덴서의 결함을 발견하자마자 부품 공급을 중단했고 고객들에게는 교환해주거나 보증기간을 연장해주는 등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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