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 총괄적 규제로 전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29일 정부 연구용역을 거쳐 공개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기본방향은 종래 은행.보험.증권 등 업권별 영업행위 규제를 총괄적 규율로 전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든 업권에 공통적으로 적용돼야 할 소비자보호 규제가 개별법령에 산재돼 있어 발생하는 규제 간 차이 및 상충 문제를 해소하고, 금융상품 판매활동 전반에 대한 체계적 규율을 확립하는 한편 다양한 금융혁신에 대한 영속적 감독기반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특히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 소비자 권리의식 향상 등 영향으로 금융분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적은 비용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소비자 친화적인 제도를 대거 도입한 것은 상당한 진전으로 해석된다.

◇분쟁제도 개선..소비자보호감독조직 신설=그동안 소비자와 금융기관 간 다툼이 생겼을 경우 법원에서 최종적 판단을 받았지만 시간과 비용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부분이 많았다. 이런 측면에서 분쟁조정 제도 개선 방안이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KDI는 우선 재판외 분쟁해결절차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 뒤 당국이 법적 구속력을 갖고 분쟁해결기능을 수행하는 방안과 당국과 별개로 금융관련 분쟁해결 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법적 구속력을 갖진 못하더라도 현행 금융분쟁조정 절차 진행 중 이탈을 금지하는 제도나 소액채권의 경우 소비자와 금융업자간 중재조항을 두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각종 사고로 금융업 영위가 금지된 자연인의 신상명단 공개 및 금융업 허가 인력의 경력.제재 정보 공시 등 소비자 선택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KID의 시각이다.

소비자 보호기능 강화를 위한 정책적 대안도 담았다. 감독기능 강화를 위해 현재 금융감독원이 갖고 있는 건전성 감독조직과 금융소비자 보호감독 조직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안을 1안으로 내놓았다.

또 현 통합감독체계 내에서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감독을 기능별로 구분하는 방안과 내부적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소비자보호 전담부서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금융소비자 교육의 체계적 강화를 위해 민관 금융교육협의회 및 금융교육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금융교육 종합계획을 매년 수립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금융상품 관련정보 제공을 위해 인터넷 기반 정보제공 및 자문시스템을 구축하고 금융분야의 한국판 소비자 보고서를 발간할 필요성도 도출됐다.

제재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판매업자의 위법행위에 대해 금융위의 시정명령, 업무정지, 인가.등록 취소권한 등을 규정할 것을 권고했다.

또 무인가.무등록자의 판매행위 위탁, 재산상 특별이익 제공, 부당광고, 직무관련 정보의 부당이용 행위 등 부당행위, 업자별 영업기준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현행 벌칙 외에 과징금을 병과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금융상품 4가지로 분류..금융자문업 도입=각 금융기관이 취급하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예금성 상품, 투자성 상품, 보장성 상품, 대출성 상품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갈수록 금융상품의 복합화가 진전되는 상황에서 ‘동일한 상품-동일한 판매활동에 대한 동일한 규제 적용’이라는 원칙을 수립, 향후 다양한 상품이 출현할 경우에도 규제공백을 관리감독하기 위한 목적이다.

금융상품 판매업무도 △은행.보험.금융투자 등 제조업자 △대리업자.중개업자 등 판매수임인 △자문업자로 크게 3가지로 분류하고 업자별 영업행위, 진입.퇴출.관리체계에 대한 규제도 도입했다.

대리업자와 중개업자에게는 정보공시 의무, 개별행위 제한, 복수전속 대리점에 대한 추가행위 제한 등 규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금융자문업이 도입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고령화 및 금융자산 축적에 따라 포괄적 자문수요가 증대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종래 금융회사들이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자문서비스 확대가 쉽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다만 자문업이 허용되는 대신 당국 등록, 법인 형태로만 제한, 자격증 보유 인력의 일정수준 이상 확보, 최저자본금 제도 등 요건을 만들 필요성이 제시됐다.

또 자문수수료 외 성과보수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자문의 독립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자신과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금융업자 명단 공개, 증빙서류 보관 등 강한 행위규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