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 펀드에서 올들어만 10조원의 펀드런이 일어난 것과 대조적으로 랩어카운트에는 10조원에 가까운 돈이 급속히 쏠리자 랩상품들이 세포분열 하듯 진화하고 있다.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모두 돈이 몰리는 새로운 시장 선점을 위해 상품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새로 출시되는 상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랩어카운트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선진 사례 수집에 나서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 10조원, 펀드에서 랩으로=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 24일까지 국내외 주식형펀드에서는 9조8천600억원이 빠져나갔다. 환매액이 하루 2천억원대를 넘어서고 있어 상반기 순유출액은 10조원이 넘을 가능성이 높다.
이 액수는 상반기 랩어카운트 시장에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인 10조원과 대략 일치한다. 작년 말 19조9천700억원에 불과했던 랩어카운트 잔고는 금융투자협회 집계 기준으로 4월말 현재 27조3천7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으며, 상반기 30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애널리스트는 “12개 증권사의 자료를 토대로 집계해본 결과 랩어카운트의 유형별 비중은 채권ㆍ머니마켓랩(MMW) 유형이 전체의 48%를 차지하고, 주식운용형, 자문사연계형 등 주식에 투자하는 유형은 대략 32.9%”라고 말했다.
랩어카운트의 눈부신 수익률이 돈을 끌어들이고 있다. 올들어 국내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이 3.99%였던 데 비해 자문형 랩은 10~20%대의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하는 브레인투자자문사 랩은 작년 7월 설정 후 수익률이 51.63%에 달하며 대우증권이 판매하는 한가람투자자문사 랩은 작년 10월말 출시 후 21.0%, AK투자자문사 랩은 지난 3월 출시후 18.95%의 수익을 냈다.
현대증권이 판매하는 레이크투자자문사 랩은 지난 3월 출시 후 22.34% 수익을 냈으며, 인피니티투자자문사랩은 지난 1월 출시 후 23.27%의 수익을 냈다. 하나대투증권이 파는 슈프림투자자문사 랩은 지난 1월 말 설정후 31.02%의 수익률을 냈다.
◇하이투자증권, 자문사에 랩 재위탁 실험=투자자문사 랩의 눈부신 인기몰이에 노골적으로 자문사에게 랩의 운용 자체를 넘긴 상품도 나왔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자문사에게 포트폴리오에 대한 자문을 받되 운용은 증권사가 맡는 형태로 자문사 랩을 팔아왔다. 하지만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자문사 연계형 랩’상품을 내놓으면서, 운용까지 자문사에 아예 위탁해버리는 상품을 내놨다.
하이투자증권 공희정 고객자산운용팀장은 “현재 다른 증권사에서 주로 판매되는 자문사 일임형 랩은 실질적인 운용은 자문사가 하지만 명목상 증권사가 운용을 하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하지만 이 경우 종목의 자문시점과 증권사의 주문시점이 맞지 않아 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증권사 입장에서는 별도의 주문인력을 갖춰야 하는 등 비용부담도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내놓은 ’자문사 연계형 랩’은 투자자문사가 주식투자전략에서 운용까지 모두 맡아 고객계좌별로 직접 관리하는 상품”이라며 “하이투자증권은 위험과 성과관리만 맡는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사가 일임자산의 20% 내에서는 고객과 일임계약을 맺고, 자문사와 위탁계약을 맺어 운용까지 재위탁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이후 투자자와 문제가 발생한다면, 1차적인 책임은 증권사가 져야 하는데, 운용을 자문사에 완전히 위탁하게 되면 관리가 더 어렵게 된다는 문제점은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승진 연구원은 “재위탁을 하게 되면 운용권한 자체가 자문사로 넘겨져 운용을 증권사가 맡았을 때보다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하이투자증권이 집합주문과 시분할매매가 가능한 전산시스템을 개발, 별도의 랩 전용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자문사에게 제공해, 1대1 계약상품으로서 개별성이 훼손될 수 있고 10% 이상 수익이 나면 그 중 15%를 자문사의 성과보수로 책정해 공격적 투자나 소수의 성장주 위주 투자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은행 팔기전에 우리도…자산운용사도 동참=지난달 은행법 개정으로 오는 11월 18일부터 은행이 투자일임업자로서 창구에서 자문을 받는 일임형 랩을 팔 수 있게 돼 시장의 비약적 확대가 예고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속속 직접 자문하는 랩 상품 개발과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브레인투자자문의 정원석 이사를 영입해 삼성, 현대, LG 등 3대 그룹에 투자하는 자문형 랩을 개발, 삼성증권을 통해 판매중이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자체 자문형 랩을 판매하고 있다. KTB자산운용과 하이자산운용도 자문형 랩 준비에 나선 상황이다.
◇금융감독당국 “랩 모범규준 준비”=금융감독당국은 랩어카운트에 대한 법규상 개념정의가 없고, 투자자들이 랩어카운트를 펀드와 헷갈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업계와 협의해 모범규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랩시장이 크게 발달해 있는 해외사례를 모으기 위해 미국 워싱턴과 뉴욕 출장길에 올라 자료를 수집중이다.
금융감독위원회 조인강 자본시장국장은 “랩상품은 투자자 성향과 나이, 재산 등 개별적인 사정에 맞춰서 운용해줘야 하는 상품인데,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한을 받지 않으면서 펀드처럼 한꺼번에 똑같이 운용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규정이 미흡했던 만큼 업계와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투자자 보호를 위한 모범규준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승진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던 것을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하게 되면서 원래 1대1 계약상품의 개별성 유지요건을 지켜야하는 상품의 본질과 어긋나게 되는 게 문제”라며 “현재 회사별로는 내부 대책이 있는 회사가 있고 없는 회사가 있는데 해외사례를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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