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이 오는 29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향후 강도 높은 양안 협력 관계가 한국과 일본의 IT 산업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으로 지적됐다. 반도체·LCD 등 IT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대만이 거대 중국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과 대만은 29일 서명하는 ECFA 협정에서 양국 간 상호 관세 호혜 조치를 적용키로 합의할 예정이다. 사실상 앞으로 양국 간에는 무관세 거래가 가능해짐으로써 자유무역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본 협정 체결에 앞서 이미 중국 정부는 대만산 석유화학·기계·섬유·자동차부품 등 총 539개 품목에 대해 관세 인하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일본이 대만과 경쟁하고 있는 IT 제조업 분야에서는 앞으로 한층 불리한 입장에 놓일 공산이 커졌다. 일례로 애플 제품을 상당량 생산 중인 대만의 거대 IT 기업인 혼하이정밀은 자국에서 중국 생산 공장으로 부품 등을 들여올 때 관세 혜택을 얻게 된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LCD 패널의 경우 당장 이번 관세 호혜 대상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향후 무관세 품목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조만간 중국 정부가 발표할 대면적 LCD 패널 라인 사업자 선정에도 이번 ECFA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중국 내수 시장은 물론 현지 생산 원가 측면에서도 대만이 한국·일본에 비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특히 최근 불거진 ‘폭스콘 사태’로 인해 중국에서 임금 상승이 확산될 조짐이어서 현지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한국·일본의 IT 기업들은 원가 경쟁력이 더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차이완 동맹이 본격 가시화하면 한국과 일본의 IT 기업들이 지금까지 취해왔던 대중국 사업 전략을 대폭 궤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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