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은 하나의 트렌드가 아니라 국민들이 수십 년 동안 이용해야 하는 고속도로와 같다.”
이동훈 고려대학교 정보경영공학부 교수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보안 정책의 백년대계 시각을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지능형전력망(스마트그리드)에 필요한 보안은 기존의 IT보안을 하던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면서 “전통 산업군이 IT를 만나 융합산업으로 변모하면서 보안은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한 유비쿼터스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원천기술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교수는 “90년대부터 국내에서도 보안연구가 봇물을 이뤄 너도나도 보안에 뛰어들었지만 지속적으로 한 경우는 드물다”면서 “이에 반해 일본은 꾸준히 연구개발에 매진해 지금은 우리가 일본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한 수 아래였던 중국도 2000년대 초반부터 국가 차원에서 보안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지금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는 보안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면서도 기본이 되는 이론 연구에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외교통상부 자체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이기도 한 이 교수는 해외 시찰을 다니면서 쉽게 바뀌는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가깝게는 일본에서도 보안을 위기관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점이 국내와 다른 점”이라면서 “위기관리 측면에서 보면 모든 정책의 시작에 보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및 기업에 정보보호책임자(CSO)를 두라고 권고하지만 전담이 아닌 다른 업무와 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아직은 정보보호 전문가에 대한 인식이 황무지에 가깝다.
그는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면,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고 정보보호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역량도 키우고 나아가 정체상태에 머문 보안 산업이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6년부터 BK21 유비쿼터스 정보보호 사업단을 이끌어온 이 교수는 정보보호 전문 인력을 키우는 데 특히 많은 힘을 쏟아왔다. 정보보호 분야로는 유일한 BK21사업단으로서 BK21사업을 통해 기술뿐만 아니라 보안정책 분야 인재를 양성해 보안인력의 저변을 넓힌 게 가장 큰 성과다.
그는 “특히 디지털포렌식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워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다”면서 “과거에는 전산학과 출신과 비슷한 업종으로 대우받았지만 이제는 정보보호 전문 인력을 별개의 전문 시각으로 바라보는 점도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업단이 참여해 개발한 모바일용 64비트 블록 암호화 기술 하이트(HIGHT·HIGh security and light weigHT)는 얼마 전 국제표준으로 승인받기도 했다.
이 교수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면 늘수록 보안전문가도 더욱 중요해진다고 강조한다.
그는 “스마트폰이 어떤 형태로 진화할 지는 아직 더 두고 볼 일이지만 개인이 중요한 자료를 항시 지니고 다니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중요한 정보를 안전하게 지키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전문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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