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폰업계 맹주 노키아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 노키아의 시가총액이 애플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고,휴대폰 수익률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노키아의 시가총액은 현재 326억 달러 수준으로, 애플의 시가총액 2458억원 달러에 크게 미달하며, 올 1분기 휴대전화 판매 실적은 전분기 대비 15%나 감소했다. 휴대폰 업계의 전설이자 시대를 풍미했던 노키아의 명성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공세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왜 노키아는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도대체 노키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물론 지표상으로 볼 때 노키아는 여전히 스마트폰 시장의 절대 지존이다.
가트너가 올해 5월 발표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운영체제(OS)별 점유율 현황을 보면 노키아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44.3%를 장악하고 있다. 대단한 숫자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뼈아프다. 작년 동기 대비 노키아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4% 하락했다. 휴대폰 평균 가격도 지난분기에 전분기 대비 평균 4.2%나 하락했다. 당연히 수익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아이폰의 점유율은 10.5%에서 15.4%로 5% 상승했고 안드로이드폰은 1.6%에서 9.6%로 도약했다. 후발주자들의 무서운 상승세다.노키아와 마찬가지로 MS의 `윈도모바일`과 리눅스도 하향곡선이 뚜렷하다. `윈도 모바일`이 10.2%에서 6.8%로 점유율이 하락했고 리눅스도 7%에서 3.7%로 떨어졌다. 스마트폰 2위 업체인 RIM은 불안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노키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스마트폰 생태계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앱개발자들의 `엑소더스`다. IT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기가옴(http://gigaom.com), 비즈니스위크 등 매체에 따르면 앱 개발자들의 노키아에 대한 매력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가옴은 앱 개발자들의 노키아에 대한 부정적인 요인을 다음과 같은 3가지로 요약했다.
▷부정적인 모멘텀=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키의 운영체제인 ‘심비안’의 점유율 하락세가 뚜렷하기때문이다. 2007년 60%선에 육박하던 올들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지금은 44%대로 떨어졌다. 애플과 안드로이드폰의 위세에 점점 활력을 잃고 있는 모양새다. 앱 개발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상승 모멘텀’인데 노키아에는 부정적인 모멘텀이 계속 축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너무나 많은 선택=노키아에는 너무 많은 단말기와 모델이 존재한다. 노키아 유럽의 예를 든다면 N-시리즈 7종, E-시리즈 8종, ‘마에모’ 운영체제를 채택한 `N900`,그리고 조만간 출시될 예정인 스마트폰까지...물론 다양한 제품 구색을 가져가는 게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점차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위험신호다.
노키아 스마트폰은 현재 N900을 제외하곤 ‘심비안 S60` 운영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올해 중에 터치스크린을 지원하는 ’심비안3‘가 N8에 탑재될 예정이지만 벌써 신랄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아이폰4, 안드로이드폰용 OS에 비해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벌써 `심비안4` 얘기가 흘러나온다. `심비안4` 정도는 되어야 아이폰4, 안드로이드폰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키아는 다양한 플래폼에 적용 가능한 `Qt`라는 개발 프레임워크도 내놓고 있지만 앱 개발자들은 아직 큰 관심을 기울이지않고 있다. 인텔의 ‘모블린’ OS와 통합한 오픈소스 OS인 ‘미고’ 시스템에 대한 확신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빈약한 앱스토어=노키아의 앱스토어인 ‘오비(Ovi) 스토어’의 발전 속도가 매우 더디다. 애플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에 훨씬 못미친다. 애플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라가 있는 앱이 각각 22만5천개와 7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반해 ‘오비스토어’에는 얼마나 많은 앱이 올라가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앱개발자들은 노키아가 ‘오비 스토어’의 빈약함을 숨기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의 숫자를 정확하게 제시하지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앱 개발자들이 노키아의 생태계에서 이탈하고 있다. 심비안용 트위터 애플리케이션인 ‘그래비티(Gravity) 개발자인 Suhr씨는 “노키아가 소자본 앱개발자들에게 비전을 심어주지못하고 있다"며 "개발자들에게 비전을 주지못한다면 노키아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안드로이드 앱 개발에 합류했다.
노키아의 ‘오비 스토어’는 특히 미국 시장에서 전혀 매력적이지 못하다. 애플,구글,팜,RIM,MS 등에 모두 밀리고 있다. 앱 개발자들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용 앱 개발에 적극 나서는데 반해 `오비 스토어`용 앱 개발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 ‘통과(Bypass)’다.
일례로 아이폰용 MSNBC 등 앱을 개발한 ‘윌너스 컴퍼니’는 아이폰에 이어 안드로이드 OS를 2번째 플래폼으로 택했지만 노키아는 아예 무시하고 넘어갔다. 노키아 스마트폰 앱 개발사로 유명한 ‘퀵 오피스’ 역시 최근 안드로이드폰 진영에 합류했다. ‘퀵 오피스’의 알랜 마사렉 대표는 “안드로이드 마켓이 성장세에 있다”며 ‘최근 실적을 볼때 안드로이드 앱 개발에 참여한 것은 잘 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노키아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놓여 있다. 앱 생태계를 이루는 큰 기둥중 하나인 개발자들의 엑소더스 현상때문이다. 문제는 앱생태계는 하드웨어 만들듯이 `뚝딱` 만들어지지않는다는 점에 있다. 노키아의 딜레마다. 안타까운 것은 노키아의 최근 모습에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그림자가 묘하게 투영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노키아나 국내 휴대폰 업체 모두에게 지금은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 기자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