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닝 콘텐츠 전문기업인 A사는 얼마 전 이러닝 국어 과목 콘텐츠를 개발하다 난감한 상황에 부딪쳤다. 신문기사 인용이 불가피했지만 종합 일간지 기사 1건을 사용하는 10년짜리 저작권료가 7000만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수주비용은 4억원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상황이었다. 결국 이 단원을 포기했다.
이러닝 콘텐츠 개발기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이러닝 프로젝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연간 매출이 수십억원에 불과한 중소기업에 수억원이 넘는 공공 프로젝트는 주요 매출원이다.
하지만 정작 프로젝트를 수주해도 기업은 시한폭탄을 품고 있는 심정이다.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한층 강화된 저작권 보호 움직임 때문이다. 예전 정부 주도의 공공 이러닝 콘텐츠는 무료로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FTA 이후 이러닝업체는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했다.
문제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공공 이러닝 서비스 콘텐츠에 차별화한 저작권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닝 콘텐츠는 지식을 다루는 만큼 다른 콘텐츠의 인용이 없이는 제작이 불가능하다.
저작권 보호 추세가 강화되면서 이러닝업계는 자칫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거나 저작권료 소송으로 회사가 타격을 입을까 전전긍긍한다.
저작권법 28조는 ‘교육’에 대해 저작권 예외를 인정했으나 ‘인용의 범주’에 한정했다. 원저작물보다 가르치는 내용의 분량이 더 많아야 한다는 단서조항도 달았다.
이규하 위두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예외 조항이 애매모호해 분쟁이 발생하면 재판까지 가야 할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일일이 저작권자를 찾아가 돈을 주는 방법밖에 안전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사이버가정학습·디지털교과서 등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 중인 공공 이러닝 서비스도 문제다.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면 콘텐츠 개발 수주업체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계약서가 ‘업체가 5년간 저작권을 책임진다’는 항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독소조항이라며 개선을 요구했지만 수용하지 않았다.
최근 정부가 과제당 15억원짜리 사이버가정학습 프로젝트 사업자를 선정했다. 만약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면 과목당 수십억원의 저작권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업계의 예측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제도를 연말까지 마련하기 위해 지난 4월 전문가 TF를 발족, 운영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신종필 저작권정책과 사무관은 “이러닝 업체들이 일일이 사전에 허락을 받지 않고 보상금 제도 등을 활용해 절차를 간소화하려는 것이 목표”라며 “구체적 방향을 교과부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러닝산업협회 등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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