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시행한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입찰 제한 제도가 중소 SW기업을 육성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다국적 기업에 반사이익을 준다. 사업 예정가격 대비 3분의 1 수준의 실적을 제출해야 한다는 일부 규정을 중소 SW기업이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전사자원관리(ERP)와 같이 다국적기업과 열띤 수주전을 벌이는 일부 솔루션 시장에서 사업 참여 기준을 넘지 못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특히 IT 대기업의 입찰 참여가 제한된 40억원 이하 공공사업에서 중소기업이 다국적기업과 맞대결에서 참패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SAP의 ERP를 채택했다. 주택관리공단, 수도권매립지관리공단과 같은 공공기관도 ERP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국내 중소업체들은 참여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식경제부는 올 초 중소 SW기업 육성을 위해 연매출 8000억원 이상 대형 IT서비스기업들의 40억원 이하 공공부문 사업에 입찰하는 것을 막았다. 대형 IT서비스 업체가 독식한 시장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선전이 기대됐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중소기업이 참여할 때 사업예가 대비 3분의 1 수준의 실적을 제출해야 하는 기준으로 인해 참여 자체가 원천봉쇄당하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입찰 참여 자격이 있는 곳은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아닌 다국적기업의 국내 파트너가 대부분이다. 솔루션 가격이 비싸 5억원 이상의 사업 실적이 많기 때문이다.
한 ERP업계 임원은 “제도 개선 후 중소 기업이 공기업 입찰에 참여하려면 유사 기업의 수행실적이 요구된다”며 “20억원 규모 사업인 경우 최소 5억원 이상의 사업 실적을 제출해야 하는데 열악한 국내 중소 기업들은 해당 금액의 실적이 없어 입찰 참여 자격조차 얻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다른 ERP업체 관계자도 “중소 기업의 사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가 다국적 SW기업만 배불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었다”며 “공기업들은 비싼 외산을 도입하고 높은 유지보수 비용까지 지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길찬익 영림원소프트랩 전무는 “입찰에 참여한다고 해도 채점 기준이 유사실적 건수, 직원 수와 같은 회사 규모의 비중이 크다”며 “실적이 많은 다국적 기업과 경쟁해 프로젝트를 따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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