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상사라서 더 실망스럽다. 성직자가 도둑질하고 선생님이 강간한 것을 확인한 것처럼 오만가지 정이 다 떨어진다. 정다운 음성으로 챙겨주던 선배가 뻔뻔하기 짝이 없는 기만술로 회의를 진행한다. 마음으로 의지하고 가슴으로 존경했던 상사가 교활한 물귀신처럼 승진을 위해 물고 늘어진다. 겉과 속이 다른 그들을 묵과하는 것이 일보다 더 힘들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 앞으로 신뢰가 무너진 그들과 어찌 함께 일해야 할까?
감자만 파는 곳에서 고기를 찾지 말자. 여기는 친구를 사귀는 곳이 아니라 성과를 내어 조직을 성장시키는 곳이다. 개인적 취향으로 모인 곳이 아니라 각자의 이해관계가 일로 연결된 곳이다. 이런 직장에서 "믿음"을 주고 받는 것은 훨씬 까다롭다. 친구 사이에는 믿을 만하고 약속을 잘 지키고 정의로우면 그만이지만, 직장에서는 `내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민폐가 되지 않는 것, 조직의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성과를 내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직장에서 좋은 사람, 믿을 만한 사람은 도덕책에 나오는 항목만으로는 안된다. 때에 따라 도덕책에 나오는 항목을 다소 위배한다 하더라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내가 판사가 아니고 법관이 아닌 다음에는 대의를 위하느냐, 소의에 머무느냐, 지금을 보느냐, 앞으로를 생각하느냐에 따라 천지차이의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학자의 눈으로 집중해서 관찰하기 보다 여행자의 눈으로 다양한 시각을 유지하며 훑어 보자. 뜻밖에도 마음 속에 칼을 품고 등 뒤에서 칼을 가는 살벌함 만이 아니라 밀어주고 끌어주는 의리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이 될 법한 사람이 택시를 몰고 있으면 안타까운 것처럼 성과를 내야 할 직장에서 개인적 신념을 운운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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