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 대기업이 중국과 대만 부품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당장 삼성전자는 휴대폰에 들어갈 부품 공급업체를 찾기 위해 해당 사업부 주요 임원이 대거 대만을 찾았다. LG전자도 TV사업을 중심으로 중국업체 부품을 분석하는 전담 인력을 늘렸다. 수직 계열화 방식으로 그룹 내 계열사를 활용하거나 국내 부품업체에 의존했던 과거 관행과 비교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공급 규모에 따라 앞으로 국내 부품업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대기업이 우리 보다 한 수 아래로 치부했던 중국과 대만 부품에 눈길을 돌린 데는 일차적으로 ‘부품 쇼티지’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TV· 휴대폰 등 수출 간판 상품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일부 부품은 공급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다. 여기에 과거와 비교해 중국·대만 부품 품질이 크게 올라간 점도 주효했다. 실제 일부 대만과 중국업체는 애플·노키아 1차 협력업체로 등록할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 받았다.
세계가 시장이자 경쟁 무대인 글로벌 시대에 국적을 가리지 않는 부품 소싱은 어쩌면 당연한 기업 논리다. 그러나 ‘상생 경영’이라는 장기적인 안목이 아닌 단순히 가격이 싼 부품을 얻기 위한 단기적인 비즈니스 속셈이라면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국내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구축해 온 건실한 세트-부품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TV·휴대폰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한 데는 국내 부품업체의 보이지 않는 땀과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자 업체가 부품 소싱 다변화 정책에 보다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부품 업체도 부단히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국내 전자 업체와 부품 업체가 서로 윈-윈하는 관계로 거듭날 때 국내 전자 산업의 미래도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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