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세상만사] ‘부부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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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의 전통적인 응원도구 부부젤라

 지난 11일 월드컵이 개막되고 본격적으로 조별리그 경기가 펼쳐지면서 한 주 내내 월드컵 관련 검색어가 네이버 검색창을 뜨겁게 달궜다. 한국팀의 승전보 뿐만 아니라 각국의 조별리그 경기결과를 알아보는 이용자가 많았고,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공의 검색어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지난 그리스전에서의 네이버 중계는 저녁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최대 동시접속자가 20만명에 달할만큼 인기를 끌었다.

 조별리그에서도 ‘빅게임’이 계속되면서 인기 검색어들도 많이 바뀌었는데, 그 중에서도 연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오르내린 단어가 있었다. 남아공 특유의 축구 응원 도구인 ‘부부젤라(Vuvuzela)’다.

 부부젤라는 60㎝∼150㎝ 길이의 나팔로, 남아공에서 프로축구가 인기를 끈 1990년대 이후 유행하기 시작했다. 부부젤라의 기원은 분명치 않은데 과거 남아공의 줄루족이 ‘쿠두(Kudu)’라는 영양의 뿔을 잘라 만들어 마을 회의를 소집할 때 사용했던 ‘쿠두젤라’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멕시코가 원산지라는 설도 있지만 역사적 자료는 찾기 힘들다.

 문제는 부부젤라 소음이 지나치게 크고 듣기에 불편해 선수단과 관중, TV시청자들까지 불만을 사고 있다는데 있다. 실제로 부부젤라의 소음은 127데시벨(㏈)로, 전기톱(100㏈), 자동차 경적(110㏈) 소리보다 크며 비행기 이착륙시 나는 소음도와 비슷하고 매미 100마리가 한꺼번에 내는 소리와 맞먹는다. 가까이서 들으면 코끼리 울음소리 같고 고막에 손상을 줄 수 있어 남아공에서도 사람에게 대고 부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축구팬 및 선수단의 항의가 거세지자 대니 조단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장은 영국의 한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부부젤라 사용을 금지시킬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으나 국제축구연맹(FIFA)은 “부부젤라 응원은 남아공의 고유한 응원문화이기 때문에 금지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남아공 조직위는 부부젤라가 화이트노이즈 효과로 주변의 소리를 상쇄시키기 때문에 국가가 연주될 때는 불지 말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배포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오랜 기간 부부젤라 응원을 해온 남아공 관중들도 부부젤라 소음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경기장 인근에서는 공짜 귀마개를 나눠주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부부젤라의 소음을 30㏈정도로 줄여준다는 귀마개인 ‘부부스톱’이 한 개에 10란드(한화 약 1600원)에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고 한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