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등장한 월드 와이드 웹(WWW:World Wide Web)은 인류사를 인터넷 이전과 인터넷 이후로 갈라 놓았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인터넷에 기반을 둔 다양한 비즈니스가 생겨나면서, 더 많은 사람이 더 빨리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초고속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의 확산 및 광대역화가 숨가쁘게 진행됐다.
속도 경쟁의 사실상 끝에 다다른 인터넷은 ‘무선(모바일) 인터넷’이라는 신기원을 연다. 몇년 전까지 무선인터넷은 단순히 노트북에 네트워크 케이블을 꽂지 않고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제한적인 상황으로 밖에는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7년 1월, 애플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무선인터넷은 어느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우리 삶을 바꿔가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유선)을 통해 공간의 제약을 넘어선 ‘정보유통의 혁명’이 이뤄졌다면, 무선인터넷은 누구나 실시간으로 정보를 생산해 공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정보의 수요와 공급 장벽을 해체한 ‘정보생산의 혁명’을 이뤄냈다.
인터넷은 그저 입력되는 데이터를 목적지로 잘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데이터 배관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모두 가능해진 만큼, 이제 부가가치를 만들고 얻는 것은 네트워크의 존재 이유가 됐다. 바로 ‘네트워크 지능화’다.
지금까지는 이 배관을 전국 각지의 구석구석까지 연결하거나 배관의 두께를 점점 더 늘려 한번에 많은 데이터를 전달하는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인터넷이 의식주에 버금갈 만큼 인류의 삶 속에 들어온 지금 인류가치의 실현,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해야만 한다.
네트워크가 데이터의 송신지와 목적지의 주소만을 가지고 데이터를 전달할 것이 아니라, 전체 네트워크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여 데이터를 처리하는 똑똑한 배관이 된다면 인터넷의 각종 폐해를 걸러내면서도 다양한 2차, 3차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똑똑한 네트워크는 항공운송 시스템에 비유할 수 있다. 네트워크에서 라우터와 같은 장비는 공항으로, 라우터간의 연결 링크는 공항간 운항 경로로 생각했을 때, 현재의 인터넷은 항공기에 탑승하는 사람이나 물건에 대한 검사없이 공항에 도착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어떤 물건이든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 준다. 그리고 범죄자나 위험 물질에 대한 검사는 현지 경찰력에 의존하게 됨으로 경찰력이 취약한 지역은 각종 문제가 유발될 수 밖에는 없다.
그러나 현재의 항공운송은 이처럼 운용되지 않는다. 공항에 도착했다고 하더라도 탑승권을 구입하여 좌석을 확보한 사람에 한해 탑승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며, 탑승하기 위해서는 소지한 물건에 대한 보안검색은 물론 출국 수속을 거쳐야만 한다. 또 고객은 탑승권에 따라 서비스 등급이 나뉘고, 같은 등급의 고객이라 할지라도 노약자, 영유아, 임산부, 환자, 채식주의자, 또는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 등 고객의 특성에 맞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할지라도 입국심사나 세관검사 등을 통해 위험물이나 범죄용의자 등을 걸러내 출입국을 제지하기도 한다. 이처럼 항공운송 시스템에 있어서도 수많은 정보를 활용해,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야기될 수 있는 각종 문제를 예방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현재 네트워크는 단말의 상태나 위치정보, 그리고 단말의 소유자에 대한 관계 정보 등 제한적인 정보만을 이용해 네트워크 접속을 인증하거나 과금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단말과 센싱 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단말과 사용자가 처한 다양한 상황정보는 물론이고 이용자와 이용자 주변의 사물간의 각종 관계정보를 수집해 이를 이용하거나 새로 추론된 정보까지 생성해 서비스로 제공해야 한다. 특히 전달되는 데이터를 지연없이 모두 검사해 불필요하거나 유해한 데이터의 전달을 사전 차단할 수도 있다.
네트워크가 단말이나 사용자로부터 수집한 각종 정보를 서비스에 활용하게 되면 새로운 인터넷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네트워크는 굳이 메신저 서버와 같이 응용 서버를 이용하지 않고도 내가 어떤 단말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더라도 사용자를 알아채고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누구든지 사용자에게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접속해 있는 단말의 주소가 아니라 사용자 개인 계정 ID만 입력하면 네트워크가 자동으로 알아서 사용자가 속한 단말로 데이터를 전달해 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피싱 사이트나 해커가 악의적으로 본인을 위장하거나 다른 사이트를 사칭해 데이터를 전송하거나 상대 서버에 접속하는 행위를 네트워크에서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네트워크에서 흘러다니는 데이터에 대한 전수검사를 통해 과도하게 네트워크 자원을 점유하는 트래픽을 조정하거나 바이러스와 같은 악성코드나 유해 정보를 식별해 차단한다면 네트워크는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받을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다.
사용자의 상황 정보를 이용해 네트워크는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능동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즉,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의 특성을 미리 인지해 사용자 주변의 단말이나 사물 정보 그리고 네트워크 연결에 필요한 것을 모두 실시간으로 제어해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만을 위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사용자가 위치를 이동하더라도 미리 사용자의 위치 이동에 관한 상황 정보를 추론하고 예측함으로써,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연결해주고 서비스나 보안 채널도 끊김없이 연속적으로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최적의 네트워크 자원을 동적으로 제어함으로써 데이터가 갑자기 폭증하거나 특정 장비가 고장을 일으키더라도 네트워크에서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대처함으로써 사용자에게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처럼 네트워크 지능화는 ‘믿을 수 없는 인터넷’과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인터넷’을 ‘나만의 안전한 인터넷’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따라서 원거리에 떨어져 있는 가족이나 동호회 회원 또는 회사 직원 등과 소통할 때 ‘나’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가상의 ‘안전한 개인 네트워크’를 제공해 안전한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의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
김철수 지식경제부 BcN PD는 “네트워크가 다양한 정보를 이용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냄으로써 단순히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정보의 유통망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재생산해내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정보가치의 혁명’의 망이 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인터넷은 인터넷 스스로 서비스를 능동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자가 인터넷(Self-Internet)’으로 한단계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네트워크 지능기반의 유비쿼터스 온다
세상은 전자기를 사용하는 모든 사물들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형 사회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인터넷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강력하게 요구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기술은 ‘믿을 수 없는 인터넷’에서 ‘믿을 수 있는 인터넷’으로 전환하기 위한 지능을 갖춰야 한다. 인터넷은 이동통신과 같이 단말의 어떠한 이동형태에서도 끊김 없는 서비스 연속성을 보장하고, 이용자 중심의 다양한 연결성을 보장하는 ‘유비쿼터스적 무결함 지능 통신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이와 관련,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인터넷 기술의 창시자인 미국 국방고등연구기획국(DARPA)의 움직임이다. DARPA는 일명 블랙코어(Black Core)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고신뢰 인터넷 네트워크기술을 개발, 전 세계 100만 사이트 이상의 대규모 국방 네트워크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1단계에서는 서비스 연속성과 통신 보안성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HAIPE(High Assurance Internet Protocol Encryptor) 경계라우터를 개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국방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한 현장시험을 추진 중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사설 표준단체인 IETF를 통해 LISP(Locator/ID Separation Protocol)라 명명된 표준화까지 진행하고 있다.
2단계 프로젝트의 중심과제는 미리 정해진 트래픽의 등급별 차등화만을 제공함으로써 완벽한 통신품질 보장에 한계가 있었던 기존 인터넷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이른바 전달 계층의 지능화다. DARPA는 2009년부터 미국의 대표적인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주니퍼를 중심으로 국방 네트워킹 프로토콜(MNP) 기술을 개발 중이며 이와 별도로 장비제조 업계에서는 다양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스코는 이를 위한 핵심 기술인 퀀텀플로우 네트워크 프로세서(인터넷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고, 전달 처리하는 일종의 하드웨어화된 네트워크 컴퓨터)를 2008년 발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ASR, CRS-2 등 다양한 라우터 제품군을 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IPv6 기반의 고품위 인터넷서비스를 위해 2006년부터 2008년에 걸쳐 ETRI를 중심으로 DARPA의 HAIPE 기술보다도 우수한 성능을 보장하는 ‘세션계층 고신뢰 이동성 제어 기술(일명 xGMIP, Any Generation Mobile IP)’을 개발, 국방 광대역통신망 고도화 및 공공기관 인프라의 고도화에 현장 적용하고 있다. 나아가 대규모 공중용 이용과 고신뢰 스마트 네트워크 서비스 지원을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 전달계층의 지능화를 위해 ETRI는 미국 세이블네트웍스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전달계층 지능화의 핵심인 ‘품질보장형 라우터’를 개발, xGMIP 기술과 함께 현장 적용 중이다.
지금은 인터넷 기반의 기업용 멀티미디어 원격 업무 환경을 지원하는 모바일 가상사설망 장비, DDoS 완화 및 DDoS 정밀 방어용 장비, 모바일 IPTV용 융합 게이트웨이 장비, 서드파티 IPTV 서비스 활성화용 IPTV 모바일릴레이 게이트웨이 등의 응용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양병내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과장은 “고정전화에서 이동전화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이동통신 기술이 밑바침됐다면, 통신·인터넷과 멀티미디어와 사물이 결합하는 새로운 융합 패러다임의 핵심 기반은 유비쿼터스적 무결함 통신기술이 될 것”이라며 “이는 새로운 네트워크 산업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꼭)도움말 현종웅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BcN PD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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