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지식의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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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의 공유

 엘리너 오스트롬·샬럿 헤스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타임북스 펴냄.

 사회학자 피에르 레비는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이들의 만남을 이른바 ‘집단지성’이라는 개념으로 승화시켰다. 사람들은 누구나 지식의 나무가 될 수 있으며, 집단지성은 “언제 어디서나 분포하며 지속적으로 가치를 부여하고 실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성”으로 정의했다.

 피에르 레비가 주목한 것은 디지털 기술의 문화인식론적 영향과 사회적 활용 효과였다. 디지털 사회로 진화하면서 인류 사회는 공동의 지식 자산을 서로 소통하면서 집단지성을 쌓아 왔고, 이를 통해 인류는 새로운 진화의 완성 단계에 오를 수 있다고도 했다.

 수년 전 학계에서 집단지성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높아질 즈음, 세간에는 때마침 ‘웹2.0’ 열풍이 불어닥쳤다. 당시 웹2.0을 둘러싼 논의의 초점은 시맨틱웹·신디케이션·메시징 등 기술적 특징보다 어쩌면 사회적·철학적 함의였다. 웹2.0은 기존 웹1.0 시대와 달리 개방과 참여, 공유를 기치로 네트워크 효과의 극대화를 의미하기도 했다. 웹2.0은 정치·사회·경제 각 분야에서 수많은 소수 의견들이 공유되고 그것이 지식화하는 저변이라는 인식도 나왔다. 경제적으론 소비와 생산이 특정 집단에 의해 기계적으로 조정되지도 않는다. 웹2.0의 요체는 말 그대로 집단지성 그 자체였던 것이다.

 신간 ‘지식의 공유’는 집단지성과 웹2.0으로 중요성이 부각된 디지털 지식의 지평을 한층 더 넓힌다. 디지털 시대 지식은 ‘공유’를 통해 그 가치를 발현하며, 그것은 자원으로서의 지식이 된다고 책은 강조한다. 그러나 동시에 지식재산권 침해, 남발되는 특허권, 지식 보존의 어려움, 지식 가격의 거품 등 다양한 제약 요인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식을 공유자원으로 인식하게 되면 지식을 둘러싼 무한한 가능성은 물론이고 그 위협 요소들도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은 어떻게 지식 공유자원을 개념화하고 창조하며 보호할 것인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심도 있게 진단한다. 과거 법학·철학·경제학·사회학·물리학자들에게 지식의 문제는 제각각 자신들의 학문 분야의 관점에만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이 책은 지식 발전이 모든 학문의 연구 결과물이라고 전제하고, 디지털 시대에 공유 가능한 모든 형태의 지식을 파헤친다. 지식을 형성하는 수많은 계층을 해부해 지식 공유자원의 생태계를 이해하고 그 수수께끼의 답을 찾으려 한다.

 필자들은 지식의 사유화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에서 대학 도서관의 역할, 학술 자료의 공개 논란, 웹 페이지의 짧은 수명 등에 이르기까지 그 논쟁의 실체를 철저히 파고든다. 우리 시대 지식의 공유가 어떻게 그 가치를 높여갈 수 있을지 여러 주제를 통해 통찰한다.

 저자인 엘리너 오스트롬은 지난해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석학이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제언한다.

 “오늘날 무한한 양의 지식이 우리의 발굴을 기다리고 있다. 미래 지식을 발견하는 것은 공동의 이익을 구현하는 길이며 지식은 우리가 미래 세대에 넘겨주어야 할 보물이다.”

 3만5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