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1억4000만달러짜리 그림 ‘넘버 5’를 그린 미국 화가 잭슨 폴록은 언젠가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제기랄, 중요한 건 피카소가 다 해버렸어.” 무엇을 시도해봐도 피카소에 이어 두 번째가 될 수밖에 없었던 절망적인 기분을 표현한 말이다. 폴록 같은 천재화가도 선구자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던 것이다.
좀 과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OCI를 바라보는 다른 기업들의 심정이 아마 이러할 것이다. 그만큼 한국에서 가장 먼저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든 OCI의 발상은 획기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OCI가 폴리실리콘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2006년 6월, 세상에는 태양광 시장이라 부를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국내에서는 태양광이라는 단어조차도 먼 미래의 일로 여겨지던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1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미국 헴록이나 독일 바커 등 극소수 기업만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개발이 쉽지 않은 산업이었다.
‘도박’은 대성공이었다. 사업 진출 1년 5개월 만에 폴리실리콘 시험생산에 성공하고 넉 달 후 상업생산에 들어간 것이다. 생산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국 선파워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 OCI는 이후 트리나솔라와 에버그린솔라·잉리·모텍·도이치솔라 등 세계적 태양광 기업들과 잇따라 장기공급계약을 성공시킨다. 지난해 7월에는 제2공장을 준공하면서 생산능력 1만6500톤을 확보해 바커를 제치고 헴록에 이어 세계 2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OCI는 1조원을 들여 현재 제3공장을 짓고 있으며 예정대로 올 연말 완공되면 2만7000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명실상부 세계적 폴리실리콘 기업이 될 전망이다.
OCI의 폴리실리콘 사업 성공기는 이 회사 신현우 부회장의 말처럼 “절묘한 투자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결과였고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였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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