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차 "노조설립해 파업방지한다"

중국내 외자기업들이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파업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베이징(北京)현대가 협력업체에 노동조합격인 공회(工會) 설립을 적극 주문해 눈길을 끌고 있다. 5일 베이징 현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범퍼, 철제 빔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인 성우하이텍 중국 법인의 파업으로 조업중단 위기에 처한 이후 각 협력업체를 상대로 중국 근로자들의 파업을 막기위해 공회 설립을 허가해야 한다는 설득작업을 진행중이다.

대부분 한국에 모기업을 둔 베이징 현대 협력업체들은 공회 설립으로 노사 갈등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공회가 노사간에 기본적인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해 파업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줄일 것이라는 베이징 현대의 ’역발상’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역발상은 세계 경제위기 이후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거침없는 질주를 이끄는 노재만(62) 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노 사장은 “성우하이텍의 파업이 발생한 후 즉시 현장을 방문해보니 2500여명의 임직원 증 부장 직급을 포함한 그 이상의 직위는 모두 한국인이었고 공장 현장에서 과장급 3명만이 중국인이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소통’은 불가능 해보였으며 오히려 공회 설립으로 노사 대화가 시급 해보였다”고 역발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경영자 입장에서 노조 설립이 생리적 거부감을 주지만 중국 기업 상황에서 보면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많다는 게 노 사장의 진단이다. 경영진과 근로자간 갈등이 통상 처음에는 임금인상 등의 본질적인 문제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감정적인 싸움으로 이어지는 만큼 공회의 완충역할을 통해 소통 부재로 인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 공회가 설립되면 근로자들의 요구가 무제한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지만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중화전국총공회(總工會)가 산하 공회를 적절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일정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베이징 현대의 설명이다. 베이징 현대는 지난 2003년부터 공회 설립을 허가해 근로여건과 복리후생 등과 관련해 경영진과 공회가 상시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베이징 현대 경영진은 특히 현지 공장의 근로자들과의 소통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노 사장은 그러나 협력업체들의 경우 각 사의 사정이 있는 만큼 공회 설립 권유는 하되 결정은 각자 사정에 맞게 하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일시적인 파업사태를 겪은 성우하이텍은 베이징현대의 중재로 하루만인 지난 29일 근로자 임금을 15% 인상하는 선에서 노사 합의에 도달했다.

최근 일본 혼다자동차는 중국내 부품 공장에서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에서 비롯된 파업으로 관련 공장 4곳의 조업이 중단됐다가 5일 재개되기는 했지만 아직 완전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재파업 가능성이 남아 있다.

또 애플사의 아이폰 및 아이패드 부품 공급업체인 대만 팍스콘(富士康)사의 선전 공장도 근로자 13명이 연쇄적으로 투신하면서 근로자의 노동환경 및 노사갈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팍스콘 측은 지난 2일 직원 임금을 30%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외식업체인 KFC 측도 중국 당국과 최저임금 협상을 벌이고 있다. KFC 중국 매장 근로자측은 최저임금을 900위안으로 올리고 매년 5%씩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측은 최저임금 700위안 선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중국 당국도 근로자들의 소득 증대에 초점을 맞춰 자국 기업에 임금 인상을 독려하는 한편 최저임금을 두자릿수대로 올리고 있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중국내 외자기업 근로자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중국의 11개 성.시.자치구가 이미 최저임금 표준을 10% 이상 올린 데 이어 나머지 20개 지역도 연내 임금 인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중국 진출 기업들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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