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대 32.4%’
전자신문이 중소기업기술정보화진흥원(TIPA)과 공동으로 조사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보안시스템 도입률 결과다. 최근 기술유출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응은 천양지차인 셈이다.
스마트 오피스·모바일 오피스 등 신 기업정보화로 꼽히는 첨단 정보기술(IT) 도입률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이 2∼5배는 앞서 나간다.
이들 첨단 IT 도입률은 대기업들조차 10%대 안팎의 초창기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대기업의 투자가 본격화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앞으로 격차가 더 문제=모바일 오피스·클라우드 컴퓨팅 등 최신 IT 도입률은 아직 대기업도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다. 모바일 오피스는 이번 조사에서 대기업이 16.2%를 기록했다. 아직 83% 이상의 대기업이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한 대기업들도 대부분 이메일과 같은 초보적인 그룹웨어를 사용하는 수준이다. 중소기업도 이같은 초보적인 수준에서는 8.1% 가량 도입해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들은 최신 IT 관심도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갖고 있다. 앞으로 격차가 급속히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신 정보화에 관심도를 나타내는 질문에 대기업은 64.9%가 관심이 많다고 응답했지만, 중소기업은 18.6%에 그쳤다. 기업경영에 신 정보화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는 대기업 84%가 꼭 필요하거나 향후 필요할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에 중소기업은 별로 필요없거나 잘 모르겠다가 57%로 절반을 넘었다.
삼성, LG, SK, 포스코 등 주요 그룹들은 이를 반영하듯 제2의 사무실 혁명으로 불리는 ‘모바일 오피스’ 구축 경쟁에 돌입했다.
◇예산이 최대 걸림돌=‘신 정보화 수준 조사’에 따르면 일반 중소기업이 신 정보화를 추진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예산부족(42.3%)을 첫손으로 꼽았다. ERP 등 전통적인 정보화 투자도 힘든 상황에서 신 정보화는 꿈도 꿀 수 없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반면에 대기업은 ‘비용 대비 효과의 불확실(48.7%)’를 첫번째 이유로 선택했다. 효과만 검증되면 얼마든지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다.
황정선 신한세라믹 전산담당 과장은 “정보화 1년간 1억원 안팎 투자하는 것이 대기업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는 매출의 1%에 달하는 거금”이라며 “새로운 정보화에 대한 효과를 경영진에 제안해도 결국 비용 문제로 좌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범 정부적 관심 시급=전문가들은 신 정보화 격차가 가뜩이나 낮은 중소기업 e비즈니스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삼성SDS, 코오롱 등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한 일부 대기업들은 언제 어디서든 이메일을 확인하고 전자결재하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급류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ERP·MRP 등 전통적인 경영·생산 정보시스템마저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경쟁 자체가 안 될 수밖에 없다.
신 정보화의 낮은 도입률은 비즈니스 경쟁력도 문제지만, 기술유출 등 리스크 관리에서도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건오 TIPA 정보화사업부장은 “지난해 말 발표한 중소기업 산업기밀 실태조사에서 중소기업의 산업기밀 유출 비율이 14%에 달했다”며 “기술유출의 경우 기업이 망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어 중소기업 73%가 보안시스템 구축을 희망하고 있지만 예산이 없어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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