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여파…어수선한 한나라

　한나라당의 6·2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외로 커질 전망이다. 여권의 인적 쇄신은 물론이고 세종시·4대 강 등 국정의 주요 정책들의 향배가 불투명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진을 총괄하는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3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지방선거 패배와 관련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뒤 “내가 대표로 책임지겠다”며 이 대통령을 찾아가 사의를 밝혔다고 이동관 홍보수석이 전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등 여당 지도부도 이날 책임론을 내세우며 일괄 사퇴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선거 패배의 결과가 이처럼 주요 책임자들의 사퇴로 이어지자 여권 안팎에서는 본격적인 인적 쇄신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물론이고 중폭 이상의 개각도 거론됐다. 승리를 거머쥔 민주당도 이 같은 전망에 고삐를 당겼다.

　관심은 이 대통령이 국정 쇄신을 어느 수위에서 추진할지에 쏠렸다.

　일각에선 여당 대표가 사퇴하고 대통령실장이 사의를 표한 만큼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개각 등 인적쇄신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인적 개편을 위한 예비 작업이 어느 정도 진척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종시·4대 강 등 중앙 정부 주도의 국책 사업에 대한 지역민들의 민심이 드러난 만큼 답보상태가 아니라 중도 하차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엄중한 민심을 어떤 식으로든 수용하고 수렴하는 절차를 밟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에 반드시 인적 개편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국면전환용 인적 개편’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정 실장의 사퇴 의사를 묵묵히 듣고난 뒤 “이번 선거 결과를 다 함께 성찰하는 기회로 삼고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자”고 말했다. 한동안 사의를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경제·산업계 관계자들은 “여당이 선거에 패배했지만 당초 밝힌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그리고 미래 비전 수립을 지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