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인천시 서구 수도권 매립지에 있는 엔바이오컨스(대표 성일종)의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 이곳에는 하수슬러지를 가득 실은 20t 트럭이 하루에 6~7번 와서 슬러지 저장조에 쏟아낸다.
하수슬러지란 하수처리 과정에서 하수관 등에 쌓이는 침전물이다. 슬러지는 유기물이 많아 열량이 높지만 수분 함량이 높아 연료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 엔바이오컨스의 특화된 기술은 바로 이 슬러지를 효과적으로 건조시켜 연료로 적합한 상태로 만드는 데 있다.
수거된 하수슬러지가 공장 내에 있는 회전드럼형 건조기에 투입되면 파쇄장치에 의해 분쇄된 뒤 800도의 뜨거운 열풍과 접촉하면서 건조가 시작된다. 건조기를 통과하는 동안 건조기가 회전하기 때문에 한 번 분쇄된 슬러지는 다시 뭉쳐지지 않는다. 분쇄된 슬러지는 열풍과 접촉하는 표면적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건조된다. 덩어리 상태의 슬러지를 그대로 건조시켜 마치 고기를 구울 때 고기 안쪽이 잘 익지 않듯이 슬러지 내부가 잘 건조되지 않던 기존 기술의 문제점을 개선한 것이다.
슬러지 1t이 12분 동안 18m 길이의 건조기를 통과하고 나면 화력발전소에서 쓸 수 있는 함수율 10% 미만의 연료 220㎏으로 탈바꿈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은 집진기에서 제거되며, 냄새 또한 포집돼 태워짐으로써 악취가 확산되지 않는다.
성일종 대표(49ㆍ사진)는 "냄새를 모아서 태우는 기술과 파쇄기술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엔바이오컨스만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엔바이오컨스는 지난해 국내 업체 처음으로 슬러지 자원화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슬러지 처리뿐 아니라 음식물, 생활쓰레기 처리 기술도 국산화했다. 이 기술로 성 대표는 지난해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그동안 국내 하수슬러지의 77%는 바다에 투기 처리했는데, 런던협약에 의해 2012년부터 해양 투기가 금지되자 국내 건설업체들은 외국의 슬러지 처리 기술을 수입해 슬러지 처리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해 수도권 매립지 공사가 발주하는 1000t 규모의 슬러지 처리시설 공모에서 엔바이오컨스의 기술이 독일의 안드리지 등 외국 업체들을 이기고 공법으로 채택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성 대표는 입찰에 성공한 비결이 "경쟁 업체보다 50%가량 설치 가격이 낮으면서도 월등한 기술에 있다"면서 "다른 업체들과 달리 설계-시공-운영을 엔바이오컨스가 직접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매립지 공사의 공모에서 채택되자 외국에서 엔바이오컨스의 기술에 대한 러브콜이 쇄도했다. 중국, 미국 등 해외 바이어들이 방문했고, 얼마 전에는 페루 장관이 방문했다. 중국의 한 업체는 1000t 규모의 공장을 턴키 방식으로 건설해줄 것을 요청해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엔바이오컨스가 수도권 매립지 슬러지 자원화시설을 수주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외국 기술로 유기성 폐기물 처리시설을 건설하던 상황에서 국내 토종 기술로 도전장을 내민 엔바이오컨스가 눈엣가시였던 것.
그들은 규모가 작은 회사가 과연 제대로 슬러지 자원화시설을 건설할 수 있겠냐면서 문제를 제기했고 담당 공무원 역시 이들 민원을 외면할 수 없어 결국 엔바이오컨스는 100억원의 자비를 들여 100t 규모의 시설을 우선 건설해 능력을 입증해야 했다.
현재 엔바이오컨스는 대우건설과 함께 수도권 매립지의 1만5520㎡ 용지에 1000t 규모의 슬러지 자원화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한편 슬러지를 연료로 만들 듯이 음식물쓰레기를 동물 사료로 만드는 처리장도 운영하고 있다. 사료에 필요한 영양소 파괴를 막기 위해 음식물쓰레기를 급속 건조시키고, 음식물쓰레기 운반ㆍ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악취를 제거하며, 짠 한국 음식을 동물이 먹을 수 있도록 싱겁게 만드는 것이 이 회사가 가진 독특한 기술이다.
[매일경제 용환진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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