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기자의 책 다시보기] 정부의 유전자를 변화시켜라
김태유·신문주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2007년 9월 12일 오후 서울 세종로 100번지(지금은 20번지) 정보통신부 14층 대회의실. 서생현 옛 국가청렴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이 강연을 멈추더니, 조는 수강생 몇몇을 깨웠다.
‘청렴한 공직자의 자세’를 주제로 삼아 특별 교육을 하는데 졸아서야 되겠느냐는 것. 육군사관학교 제14기인 그는 육군 소장으로 예편한 뒤 한국마사회장과 광업진흥공사 사장을 지냈다. 이후 대통령 직속 반부패특별위원, 국민권익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은 데 힘입어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준정부기관 등을 돌며 ‘청렴’을 설파했다. 그 횟수가 200회를 훌쩍 넘어선데다 강연료도 상당한 수준일 정도로 제법 알려진 강사였다.
공직자에게 ‘청렴’을, 기업인에게 ‘정직’을 말하는 떳떳함과 군인으로 살며 몸에 밴 씩씩함은 그의 강연을 활기차게 했다. 힘이 넘쳤다. 그런데 수강생이 졸았다. 왜? 김태유 서울대 교수의 시각을 빌려 풀어내자면 ‘일방적인 강의 위주의 주입식 집합교육’이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국 공무원 교육훈련체계가 ‘공직 수행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상관없는 내용’이 많고, ‘교과 과정도 방만’해 내실이 없다고 보았다. 개인적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은 채 여러 부처에서 다양한 경력과 배경을 쌓은 공무원을 ‘동시에 교육’하고, ‘과목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며, 모든 교과목에 대해 ‘강제적인 교육’을 하는 경향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그는 단편적인 강의를 외부 강사에게 의뢰하는 게 많아 교육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293∼294쪽)
김 교수는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냈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화두로 끌어안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 조직과 공직인사제도를 연구했다. 특히 이공계 인력의 공직 진출로를 넓혀 행정기관의 전문성을 높이려 했고, 고등고시 제도를 개편하는 성과도 냈다.
그의 연구·저술에 행정자치부 출신이어서 공직사회 생태에 밝은 신문주 옛 과학기술자문회의 국정과제국장이 힘을 보태면서 ‘정부의 유전자를 변화시켜라(2009년 1월)’가 깊어졌다. ‘Z형 순환보직’ 폐해(232쪽)로부터 여가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 ‘공무원 해외 유학 프로그램’(63쪽)에 이르기까지 한국 공직사회가 개선해야 할 게 무엇인지 뚜렷하게 제시됐다.
특히 ‘정부의 경제기획 및 산업진흥 기능을 점차 줄여나갈 때가 됐다’(22쪽)거나 ‘직무에 전문성이 없을수록 자기 보호 본능에 따라 더 강력하게 규제하게 된다’(35쪽)는 송곳 같은 지적이 곳곳에서 솟아올랐다.
공직자 가슴에 새길 저자의 마지막 충고 ‘국민을 주인으로 받들라!’(367쪽)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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