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기획] - PCB 업계 부활의 찬가 부른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최근 5년간 주요 PCB 업체 품목별 실적 추이

 인쇄회로기판(PCB) 업계에 부활의 찬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PCB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매출과 수익률이 전성기 수준에 근접하며 회복세를 타고있다. 지난 2003년 이후 국내 PCB 업계는 일본의 고부가시장 점령과 중국의 급성장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과 대만 업체의 저가 공세에 따라 휴대폰용 빌드업 PCB와 박막액정표시장치(TFT LCD)용 물량 상당 부분이 중국 업체로 빠져나갔다. 특히 지난 2008년부터 약 1년 반에 걸친 시기는 국내 PCB 업체들에게 악몽과 같은 기간이었다.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파생상품인 키코에 가입했던 많은 PCB 업체들이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의 위기까지 몰렸다. 환율 상승에 따라 영업실적이 호전됐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가입했던 키코 평가손실로 인해 실적 악화와 함께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조차 고스란히 토해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말부터 환율안정과 신규 적용 제품 확대, 신규 거래처 확보를 통해 옛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 실제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작년 한해 국내 PCB산업 규모는 총 7조원대로 전년 대비 14.1% 가량 성장했다. 또 올해는 5% 정도 성장한 7조500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08년 PCB산업의 역성장과 비교할 때 괄목할만한 변화다. 세계 시장 점유율 면에서도 지난 2007년 11%에서 지난해 11.7%으로 0.7%포인트 점유율이 상승했다.

 글로벌 경쟁에서도 한국의 지위가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PCB산업이 최근 부활의 모습이 역력한 데는 국내 휴대폰 및 반도체, LED 등 전방산업의 호조와 업계의 뼈를 깎는 노력에 힘입은바 크다.

 ◇반도체·휴대폰 PCB 성장 견인=국내 PCB의 최대 시장인 휴대폰 시장에선 전세계 시장점유율 2, 3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큰 힘이 되고 있다. 반도체 역시 전세계 D램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영향으로 국내 업체가 메모리 모듈용 PCB에서 강세다.

 우선 휴대폰 분야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지난 2007년 22%에서 2008년 26%, 2009년 31%를 넘어서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메인보드용 빌드업 PCB 와 여러 연성회로기판(FPCB)이 사용되는 휴대폰의 성장이 PCB 업계의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 시장으로 대체되면서 FPCB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최근 들어 휴대폰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되면서 겪고 있는 국내 FPCB시장 정체는 대처해야할 대목이다.

 반도체 시장은 고부가 시장으로 PCB 업체들이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으로 창출한 분야다. 지난 2005년에는 휴대폰용 PCB 매출액 비중이 전체 PCB 매출액의 52.0%, 반도체용 PCB 가 18.5%로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작년에는 휴대폰의 매출 비중이 49.2%로 소폭 하락한 반면, 반도체 관련 제품 매출 비중은 36.1%까지 증가했다. 아울러 최근 DDR3로의 전환으로 기술에선 앞선 국내 업체의 수혜가 기대된다.

 통신장비용 PCB 시장 역시 전세계적인 통신 인프라 수요 증가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무선 데이터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백본망과 가입자망의 추가 투자로 이수페타시스 등의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속적 투자·원가경쟁력 확보 통한 결실=전방산업의 호조가 PCB 산업 회복의 큰 힘이 됐지만 PCB업계의 노력도 평가절하될 수 없는 대목이다.

 2000년대 초반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PCB 생산기지가 중국으로 이전됐고 중반 이후부터는 중국과 대만 업체의 저가 공세로 휴대폰용 빌드업 PCB 와 박막액정표시장치(TFT LCD)용 PCB 물량의 상당 부분이 중국 업체로 빠져나갔다. 특히 TFT LCD패널 용 PCB 는 대부분의 대형 PCB 업체가 생산을 포기한 상태다. 이에 따라 PCB기업들은 반도체와 LED 등 고부가 제품 시장에 주력하게 된 것이다. 특히 그동안 주로 일본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던 BGA는 국내 업체들이 2006년 이후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하면서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가격 경쟁이 핵심인 제품의 매출은 감소하고 있지만,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국내 PCB 업체가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이는 PCB업체의 꾸준한 시설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와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부단한 노력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기업들은 반도체·LED 등 신규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물론 시설을 투자하고 공정개선과 구조조정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PCB 는 모든 전자제품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부품으로 기술개발 속도가 빨라 전형적인 장치산업이면서도, 기술과 자금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 관련 장비와 약품, 소재 기업들은 국산화를 통해 PCB제조업체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기여했다. 실제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업체가 일본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입술이 망가지면 이가 시리다=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국내 PCB 제조업체의 시장점유율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기술 분야에선 일본에 밀리고 가격 경쟁력에선 여전히 중국과 대만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휴대폰·가전 등 완제품 업체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과 마른 수건을 짜는 가격 정책으로 시장 정체와 함께 수익성 확보도 어려워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PCB 업체들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가 마련되며 10%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곳도 있지만 세트 업체들은 이를 보고 큰 폭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며 “가격 인하 압박에 기술개발 투자도 쉽지 않아 결국 부품 업체를 고사하게 한다”고 토로했다. 즉 지나친 가격인하 압박이 국내 PCB산업의 설자리를 좁히고 이는 고스란히 세트 업체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는 순망치한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PCB 업체도 글로벌 경영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국내 경쟁이 첨예해지면서 가격을 놓고 업계간 제살깎기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업계 스스로 반성하고 큰 틀에서 글로벌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임병남 KPCA 사무국장은 “30여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PCB 산업도 우물안 개구리 식으로 국내에서 가격경쟁에 안주하면 결국 일본과 대만, 중국에 밀릴 수밖에 없다”며 “더 큰 시야로 인재양성과 기술력 확보를 통해 글로벌 경영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대덕전자 직원들이 저항(레지스터)을 인쇄회로기판에서 구현한 내장형 PCB를 건조공정에서 검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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