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반도체 업체, 한국 R&D센터 강화

퀼컴·아바고 등 국내 인력 대거 영입…

 다국적 반도체업체들이 한국 내 연구개발(R&D) 센터를 강화한다. TV와 휴대폰 등 세계 시장에서 IT제품 시장을 주도하는 우리나라 세트업체들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한편 한국의 우수 인력을 R&D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본사와 인적 교류를 통해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됐다.

 한국퀄컴(대표 차영구)은 지난 2월 서울 강남에 마련한 R&D 센터를 증강현실(AR) 관련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고,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다. 한국퀄컴은 우선 전원 박사급으로 5명의 연구인력을 채용했다. 차영구 사장은 “올 연말까지 연구인력을 8명으로 늘릴 예정”이라며 “내년에는 인력을 더 충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센터장은 퀄컴 본사 R&D 담당 상무로 재직 중인 오디오·멀티미디어 전문가 이태원 박사가 맡고 있다.

 아바고코리아(대표 전성민)는 올해까지 R&D 인력 규모를 100명 이상으로 가져갈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4년 휴대폰용 전력증폭기(PA) 업체 웨이빅스를 인수하며 국내 R&D 투자에 나섰다. 당시 개발인력은 30명이었다. 5월 현재 95명이며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전성민 지사장은 “우리 회사 개발 인력은 100% 국내에서 뽑았다”며 “한국인 특성상 제품을 개발하는 시간이 짧으며 주 고객이 국내에 있어 업무 효율이 외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맥심인터그레이티드프로덕트코리아(대표 김현식)는 25명 규모인 디자인센터 연구인력을 20% 정도 더 늘릴 계획이다. 김수경 디자인센터 소장은 “당장 5명을 뽑을 계획이며 상황에 따라 채용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 주기가 경쟁사 대비 절반에 불과한 국내 기업들의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맥심은 전력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을 생산하는 아날로그반도체 전문기업이다.

 로옴세미컨덕터코리아(대표 요시가와 요시히로)는 올해 들어 R&D 인력을 두 배로 늘렸다. 지난해까지 15명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32명의 인력이 국내에서 일하고 있다. 이 회사 R&D 센터가 국내에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일본 본사 개발 인력이 기술을 전수했다. 지금은 대부분 국내 인력으로 구성됐다. 로옴의 국내 매출은 3700억원 정도로 지난해 로옴 전체 매출의 10%를 넘었다. 이 회사의 박태완 상무는 “앞으로 50명까지 인력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수요 업체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KOTRA의 한 관계자는 “삼성·LG 등 국내 기업이 반도체 및 설계 인력을 양성하면서 인재풀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예전과 달리 단순 기술 지원에서 벗어나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다국적 기업의 R&D 기능 유치에 신경을 쓰는 정부가 새로운 인센티브 프로그램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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