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라스베이거스 CA월드2010 행사장. 전 세계 SW기자들의 관심은 업계에 불어닥친 M&A 열풍이었다.
빌 맥크래켄 CA테크놀로지스 CEO와 함께한 기자간담회에서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질문은 M&A였다. CA테크놀로지스는 올해 초 대규모 인원 감축과 조직을 재정비하며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6개월간 3테라, 님소프트 등 5개 전문 SW기업을 연이어 인수하며 M&A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SW기업도 마찬가지다. 오라클은 최근 몇 년간 100여개의 이르는 SW기업을 인수했으며, SAP는 사이베이스 인수를 선언했다. M&A는 거대한 물결을 이루며 글로벌 SW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SW기업은 여전히 글로벌 M&A는 커녕 국내에서도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든 변방에 머물러 있다.
최근 국내 대표 SW기업 2곳에 M&A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들의 M&A는 경영이나 경영자 개인 문제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여 씁쓸하기 그지없다. 회사가 잘 될 때 더 큰 성장을 위한 카드로 M&A를 선택하는 글로벌 시장과 국내 기업은 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SW기업끼리 기술력을 합해 시장을 확대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수단으로 M&A가 이용된다. 또 생명공학이나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코스닥 등록을 위한 목적으로 인수합병의 대상이 된다. 국내에는 수백 개의 SW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 글로벌 M&A 흐름에 동참한 곳은 어디인가 반문해본다. 국내 기업들은 사업이 잘 될 때는 절대 M&A를 생각하지 않는다. M&A에 대한 비뚤어진 풍토와 건전한 SW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SW 기업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요소 기술을 찾아 전 세계 SW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들이 정말 탐내는 M&A 대상 기업에 한국 기업이 줄줄이 거론되면 얼마나 좋을까. 꿈이 이뤄지려면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건전한 M&A 풍토가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미국)=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