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커뮤니케이션(대표 최세훈, 이하 다음)은 ‘평등’의 기업문화로 유명하다. ‘나눔과 공유’라는 인터넷의 근본정신을 잃지 않고 있는 1세대 벤처다운 모습이다. 이 회사의 평등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주차 제도다.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다음 역시 자동차를 가진 모든 직원이 이용하기엔 건물 내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 다음은 주차를 원하는 직원에게 신청을 받은 후 컴퓨터로 추첨한다. 직급과 직책과 무관하다. 본부장이 떨어질 수도 있고 새내기 팀원이 당첨되기도 한다. 윗사람 입장에서는 본전생각이 나겠지만 복불복이다.
추첨에서 떨어진 직원들은 회사 인근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한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다음의 평등 문화다. 다음은 추첨에 참가한 전 직원이 떨어진 직원의 유료 주차장 비용을 분담한다. 결국 ‘원하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주차할 권리가 있다’는 명제를 주차비 공동부담으로 이뤄낸 셈이다.
상명하달이나 임원 우선의 문화에 익숙한 대부분의 기업과는 확연히 다른 대목이다. 주차비 공동부담 제도를 시작한 포털사는 다음이 처음이다. 이슬기 다음 PR플래너는 “평등한 기업문화를 위해 지난 98년부터 시행해왔다”며 “사내 무료주차와 유료주차의 비율은 6 대 4 정도인데 회사 주차장에 차를 댔던 직원들도 주차비 공동부담에 불만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음의 평등 문화는 주차 제도 이외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음은 직원 간에 직책 대신 ‘∼님’이라고 부른다. 말단 직원에서 최세훈 대표까지 예외가 없다. 다음의 전 직원은 최세훈 대표를 ‘세훈님’이라고 부른다. 심지어 최 대표는 사장실을 없애고 일반 직원들 사이에 섞여 앉아 있다.
이 밖에도 ‘설레는 점심’은 다음에서 운영하는 독특한 부서 간 친목행사다. 매일 점심시간마다 업무가 아니면 만날 기회가 없는 두 개의 부서가 만나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친목을 다진다. 비용은 물론 회사에서 지원한다.
최세훈 다음 대표는 “다음의 기업문화는 상사만 부하직원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평직원도 윗사람을 평하는 상호평가 시스템이기 때문에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웹 2.0시대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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