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SW정책에 산업 기반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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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맥스소프트, 한글과컴퓨터 등 국내 간판 소프트웨어(SW) 업체가 줄줄이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의 SW 육성책을 비판하는 업계의 목소리가 고조됐다. ‘SW 뉴딜’ ‘SW강국 전략’ 등 지난해부터 굵직굵직한 육성책이 잇따라 나왔으나 산업 기반이 되는 중소 SW업체 상황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는 비판이다. 발표는 거창하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단기 성과 위주의 정책 △사후관리의 부재 △전문성 미흡 등을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긴 호흡의 정책이 없다=SW업체 CEO들은 정부 프로젝트는 많지만 ‘그림의 떡’이라고 하소연한다. SW 뉴딜,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 육성 등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하면 잔뜩 기대하지만 결국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대부분을 대기업이 수주하기 때문이다. 하도급으로 받더라도 대기업 횡포에 수익을 내기 힘들다.

 이 때문에 당장 성과를 위한 프로젝트성 정책보다 불공정 하도급 금지, 인재 양성 등 시장생태계 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정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보보호 SW업체 한 사장은 “정부는 매년 프로젝트성 정책에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정작 중소 SW업체들의 숙원인 공공기관 유지보수요율 현실화에 예산이 없다며 번번이 무시한다”며 “이 문제만 해결해도 중소 SW업체의 연구개발(R&D)이 활발해지고 장기적으로 SW 근간이 튼튼해지는데도, 단기적인 성과가 없어 정책당국자들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중소SW업체의 인력난이 극심하지만 제대로 된 인재 양성책이 없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울지역 한 대학 교수는 “매년 2000명 이상의 SW 전공자가 배출되지만, 기업들은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며 “인재 배출을 당장 눈에 보이는 양적 실적 개념으로만 접근할 뿐 고급 인재를 키우려는 정책 당국자들의 안목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발표하면 그만=사후관리 부재도 ‘있으나마나 한 정책’ 양산의 진앙지로 꼽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SW 분리발주, SW 지식재산권 공동소유, 기능점수 방식 대가산정 등이다. 이들 정책은 하나같이 SW 시장생태계를 개선할 획기적인 정책으로 환영을 받았지만, 공공기관마저 지키지 않으면서 유명무실화했다.

 지난 2월 전자신문 조사에서 지재권 공동소유를 지키는 공공기관은 1.9%에 불과했다. 지난 2008년 의무화한 SW 분리발주도 공공기관 실행률이 38%에 그친다. 이달부터 의무화한 기능점수 방식 대가산정 역시 안 지키는 공공기관이 70%를 넘는다.

 SW업체 한 임원은 “시행령, 시행규칙에 제도 개선을 포함시켜 놓고도 처벌 등 강제 조항없이 권고 수준에 그쳐 무늬만 개선책이 되는 상황”이라며 “철저하게 사후 모니터링하고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면 시장생태계 개선은 요원한 문제”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협·단체 한 임원은 “SW 정책을 담당하는 관료가 1년만 지나면 바뀌어 정책의 전문성과 일관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며 “임기가 짧다보니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한 정책을 선호하고, 이전 정책의 사후관리를 등한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