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진출 부진과 자동차 리콜사태 등으로 고전했던 일본의 전자ㆍ자동차 제조기업들이 2010년 3월 결산(2009년 4월~2010년 3월)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월가발 위기 이후 강도 높게 추진했던 감원과 감산 등 사업 구조조정이 효과를 낸 데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된 데 따른 결과다.
특히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월가발 금융위기를 분기점으로 국내 생산ㆍ판매보다는 해외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고 나서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을 놓고 한국 등 다른 국가 기업들과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년 연속으로 적자 전락이 예상됐던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결산기 발표 때 총 2000억엔이 넘는 순이익을 올리며 예상보다 빨리 재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닛산자동차도 전년도 2300억엔대 적자에서 벗어나 올해 결산기에는 총 420억엔대 최종 흑자를 기록했다. 리콜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일본 자동차 업계의 실적이 바닥을 찍고 회복된 것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 수요가 증가한 데다 친환경차 지원정책으로 하이브리드카 판매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제조업 사상 최대 적자를 냈던 히타치도 적자 경영 5년 만인 2011년 3월 결산 때는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기업의 절반 정도인 76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작년도 경상이익은 전년 대비 25%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들의 이 같은 흑자 전환 추세는 수출 실적 호조에 힘입어 애초 시장 전망을 6개월~1년 정도 앞당긴 실적이다.
일본 재무성이 13일 발표한 국제수지 속보에 따르면 일본의 3월 무역흑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745% 늘어난 1조747억엔을 기록하며 12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 전체의 무역수지도 총 6조6088억엔을 기록해 전년 대비 5.7배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히라가와 쇼지 UBS증권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긴축 이행, 엔화 강세 전환 등 시장 변수가 많지만 주요 제조업체의 실적은 일단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과 인도 근로자들이 높아진 임금을 바탕으로 자동차와 전자제품 소비를 늘리고 이로 인해 일본 기업들의 순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며 "닛케이225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이익 전망치를 내놓은 107개 기업의 올해 순이익이 64% 정도 증가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엔달러 환율 동향과 원자재값 상승 등 변수가 많은 데다 신성장 사업 분야에서도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어 일본 제조업의 실적 축포가 빠른 속도로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 결과 일본 상장 기업 767개사의 평균 매출은 전년도 대비 12% 정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형 성장이 지속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 비용 삭감에 주력한 실적 회복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상장 기업 중 전기ㆍ전자 업종의 경상이익은 작년과 비교해 약 2조엔, 자동차 업종은 약 1조7000억엔이 각각 개선됐지만 기계, 상사, 철강, 해운 등 나머지 업종은 여전히 전년도보다 경상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증권 경제조사부장은 "실적 회복에도 신규 고용이나 투자가 상대적으로 늘어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기 변동으로 올해 이후 실적 전망을 보수적으로 보는 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도쿄 = 채수환 특파원 / 서울 =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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