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0개국 570여 기업고객을 보유한 미국의 대표적인 비즈니스솔루션업체 컨버지스가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한국을 세계 통신방송, 에너지 융합 시장의 테스트베드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콜센터사업부를 중심으로 한국에 첫 발을 내디딘 컨버지스는 지난달 한국지사 빌링 솔루션 부문 대표를 새로 선임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금융, 그린, 통신,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간 융합이 일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경우 곧바로 세계 각국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전략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본사 총괄 임원이 한국을 찾아 국내 기업고객 유치활동을 벌였다. 빌링 솔루션 부문 세계적 기업인 컨버지스의 적극적인 행보는 자체개발(인하우스) 방식이 주를 이루는 국내 통신·전력 부문 빌링 솔루션 시장에 적지않은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국내 빌링 솔루션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한 컨버지스의 로버트 렌토 사장을 만나 사업계획을 들어봤다. 그는 10일 내한해 국내 굴지의 IT서비스업체를 대상으로 협상을 벌인 후였다.
컨버지스는 이미 국내에 알려진 기업이다. 지난 2008년 KT와 네트워크, 운영소프트웨어, 통합시스템, 인력운영 및 고객관리부문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면서 국내에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컨택센터 서비스 부문으로 한국진출 교두보를 마련한 컨버지스는 최근 한국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고객, 협력사와 힘을 모아 세계 최고 수준의 구축사례(레퍼런스 사이트)를 만들겠다.”
컨버지스의 빌링 솔루션 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로버트 렌토 사장은 12일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컨버지스가 가진 장점과 한국 기업의 앞선 정보기술(IT) 역량을 결합해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성공 사례를 보여주겠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렌토 사장은 한국 고객·협력사를 만나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한국 사업 확대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0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렌토 사장은 한국 빌링 솔루션 시장 진출과 관련해 첫 번째 원칙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꼽았다. ‘공급’ 위주의 일방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는 “협력사와 중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성해 컨버지스가 가진 기술력과 경험을 한국 고객에게 전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고객에 가장 최적화된 빌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컨버지스가 주목하는 시장은 통신과 그린, 에너지 부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새롭게 형성되는 이 분야의 다양한 융합서비스 시장 형성 가능성을 한국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통신서비스와 산업이 결합하고 스마트폰 시대 진입으로 활발하게 구축되는 한국의 모바일 오피스 시장은 컨버지스로서는 놓치기 어려운 매력적인 시장일 수밖에 없다. 상품이 융·복합되면서 서비스 종류가 늘고 그에 따라 고객 관리가 그만큼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신상품 출시에 따라 고객의 수요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정량화하는지는 컨버지스의 장점이기도 하다.
최근 이 분야 경향은 이 같은 새로운 상품과 조직까지 아우르는 빌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방송서비스의 융·복합, 그린IT, 전통기업과 IT기술 간 서비스와 산업 융합이 확산되면서 이를 포괄하는 빌링체제 구축이 기업 생산성을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래에 등장할 다양한 서비스를 감안해야 하기에 통신방송서비스사업자들을 비롯한 기업들은 서비스상품을 과금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을 원하고 있다. 기존 단품서비스가 아니라 한 명의 고객이 개인의 특성에 맞는 여러가지 서비스와 상품을 구매하는 특징을 분석하는 일이 그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통신 분야에서 변화 요구가 가장 높은 편이다. 유선전화가 이동통신과 결합하고 방송이 인터넷서비스와 결합하는 등 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융·복합 상품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통신방송사업자 고민은 더욱 복잡해졌다. 새로운 수요에 맞춰 상품을 개발해도 정작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빌링 시스템이 없어 신상품 대응이 쉽지 않았던 터였다. 이에 더해 서비스 융복합 과정에서 기업간 인수합병(M&A)이 잇따른 것도 시장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런 융합은 바로 컨버지스가 글로벌 빌링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는 배경이 됐다.
컨버지스는 네트워크 환경이 잘 구축된 한국을 주목했다. 유선과 무선 등 첨단 네트워크로 무장한 한국에서의 변화가 세계 통신방송 및 에너지 등의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 융합의 축소판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가 방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협력사를 찾고, 한국 지사 인력을 확충해 한국판 테스트베드를 완성하겠다는 전략도 그래서 나왔다. 컨버지스는 한국에 서비스지원센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협력사는 현재 물색 중이다. 이번 방한 기간 중에도 렌토 사장은 국내 대형 IT서비스업체와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렌토 사장은 “구체적인 기업명을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대기업 계열의 IT서비스업체가 협력 대상이며 복수의 협력사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사로 선정되면 컨버지스가 가진 역량을 함께 나눈다. 단순히 컨버지스의 제품을 한국에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교육을 통해 협력사 스스로 고객 요구에 맞춰 현지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도록 지원한다. 한국 고객을 위한 매니지드서비스도 협력사를 통해 제공한다.
주요 고객군은 통신과 전력회사다. 특히 지난 1∼2년 사이 한국 통신기업의 합병 사례가 많았던 만큼 새로운 인프라 수요를 겨냥해 접근한다는 전략이다.
렌토 사장은 “기업이 합병하면 인프라를 재구축해야 하는데 컨버지스는 이 분야에서 많은 성공사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컨버지스가 소프트웨어·서비스 부문에서 강점은 물론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경쟁사에 비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렌토 사장은 “컨버지스는 한국 고객, 협력사와 서로 ‘윈윈’하는 것을 희망한다”며 “한국 시장 규모와 위상에 걸맞은 투자를 하면서 사업을 펼쳐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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