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대표적인 금융회사다. BOA의 임직원 30만명 중 약 5만명이 서비스로서 소프트웨어(SaaS) 기반의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BOA는 최근 SaaS CRM에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결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처럼 고객들이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대중적인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와 자사의 SaaS CRM 기능을 통합하기 위해서다.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가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미국에서 BOA 같은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 서비스가 활발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해서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불안감이나 의구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클라우드 마니아라고 할 만한 BOA조차 마찬가지다. 이 회사 IT 임원인 앤드루 브라운 씨는 얼마 전 뉴욕에서 개최된 한 콘퍼런스에서 클라우드 시대에 아키텍트가 고민해야 할 과제를 강조했다. 도대체 회사의 데이터가 얼마나 클라우드 서비스로 넘어가는지, 서비스수준협약(SLA)에 문제는 없는지, 비용이나 데이터 보안 문제 등 우려할 만한 사안은 없는지 등을 면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클라우드의 효용성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클라우드 서비스가 성숙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세계적 시장조사업체인 양키그룹의 최근 조사도 이를 잘 보여준다.
양키그룹이 최근 41개 클라우드 서비스업체가 제공하는 46개 서비스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정도의 서비스업체만이 SLA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비스 장애 시 금전적인 보상을 하는 기업은 없었다. 퍼블릭 클라우드를 핵심업무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클라우드 서비스 중 서비스로서 인프라(IaaS)나 서비스로서 플랫폼(PaaS)은 IT부서의 주도 아래 서비스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SaaS는 종종 현업 부서가 계약의 주체가 되곤 한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더 대중화될수록 SaaS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고 기존 정보시스템과 IT부서가 주도한 프라이빗 클라우드, 현업이 계약한 퍼블릭 클라우드가 혼재된 복잡한 아키텍처 환경이 도래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는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딜리버리 방식이 과거의 전통적인 IT 환경과는 판이하게 다른 만큼 엔터프라이즈 아키텍트나 IT 책임자의 고민도 깊어갈 수밖에 없다. 사용자 기업으로서는 많은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이처럼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존의 IT조직과 거버넌스 체계에서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까지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계는 아직 먼 얘기다. CIOBIZ?가 최근 국내 주요 IT서비스 업체의 데이터센터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지만 사업 준비는 아직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삼성SDS와 LG CNS가 그룹 관계사를 대상으로 일부 서비스를 선보인 정도였다.
대표적인 클라우드 플랫폼인 아마존 EC2는 이미 2006년에 나왔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컴퓨팅 비전을 발표하면서 애저(Azure)로 아마존을 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클라우드 시장을 놓고 전통적인 IT 강자와 인터넷 업체, 클라우드 전문업체들이 치열한 영토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최고정보책임자(CIO)들도 적극 가세하면서 클라우드 기반의 IT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클라우드는 이미 경쟁의 판도를 바꿀 만한 강력한 키워드로 부상했다. 하지만 우리 IT업계와 IT 혁신 책임자는 모두 이런 논의에서 뒤처져 있다. 전 세계 IT업계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우리는 새로운 트렌드를 좇는 데만 정신이 없는 모습이다.
박서기 CIOBIZ+ 편집장 겸 교육센터장 sk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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