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대기업들이 속속 현금을 풀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나타내며 상당한 현금을 쌓은 기업들이 경기회복기에 맞춰 미뤘던 투자를 집행하는 동시에 본격적인 신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3일 시가총액 상위 6개 IT대기업의 1분기 영업실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요 IT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작년 말 30조6794억원에서 1분기 말 30조4033억원으로 2761억원이 줄었다. 이같은 현상은 삼성전자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인 4조4100억원에 달하는 등 최근 상당수 기업들의 현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 주목된다. 현금성 자산은 대차대조표상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등을 더해 산출한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말 현금성자산 규모는 20조6400억원으로 작년 말의 20조8800억원에 비해 2400억원 줄었다. 순이익 등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입분이 4조9500억원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 규모가 4조3400억원에 이르면서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경우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이 3조30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조원 넘게 투자규모가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투자규모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내부 분위기가 올해는 투자를 많이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두곳도 올 들어 현금 자산이 줄었다. LG전자는 작년 말 2조4200억원에서 1분기말 2조2900억원으로 1300억원 감소했으며 LG디스플레이 역시 3월 말 3조1440억원으로 작년 말의 3조3180억원보다는 1740억원 줄었다. 이밖에 KT가 작년 말 1조5746억원에서 1분기 말 1조546억원으로 5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시가총액 상위 6대 IT대기업 가운데는 하이닉스와 SK텔레콤 두곳의 현금성 자산이 각각 작년 말에 비해 6020억원과 1859억원 증가한 2조1200억원과 1조1547억원이 됐다. 하이닉스는 1분기 실적개선과 함께 현금 유입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반도체 경기 변동성이 큰 것에 대비 과거 1조5000억원대 안팎에서 올해부터는 1조원대 후반으로 보유 규모를 늘리기로 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박상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 대기업들이 해외 경쟁사들보다 재무여력이 괜찮으면서 그동안 미뤘던 투자를 집행하는 것 같다”며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 유도를 위한 지원을 늘린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경제 많이 본 뉴스
-
1
MBK, '골칫거리' 홈플러스 4조 리스부채…법정관리로 탕감 노렸나
-
2
금감원 강조한 '자본 질' 따져 보니…보험사 7곳 '미흡'
-
3
미국 발 'R의 공포'···미·국내 증시 하락세
-
4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보조배터리 내부 절연파괴 원인
-
5
트럼프 취임 50일…가상자산 시총 1100조원 '증발'
-
6
은행 성과급 잔치 이유있네...작년 은행 순이익 22.4조 '역대 최대'
-
7
보험대리점 설계사 10명중 1명은 '한화생명 GA'…年 매출만 2.6조원
-
8
[ET라씨로] 참엔지니어링 80% 감자 결정에 주가 上
-
9
메리츠화재, 결국 MG손보 인수 포기…청·파산 가능성에 '촉각'
-
10
그리드위즈, ESS 운영 솔루션 교체로 경제 가치 35% 높인다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