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60인치 이상 초대형 패널이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것이다.”(장원기 삼성전자 사장)
“대형 유리기판과 장비 개발 현황 등을 감안할 때 2년 내 차세대 라인 투자는 쉽지 않다.”(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전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장 사장과 권 사장의 최근 발언은 LCD 패널 대형화가 기로에 서 있음을 방증한다. 이는 곧 신시장 개척을 위해 8세대를 뛰어넘는 대형 생산라인이 필요하지만, 소재·장비 등의 제반 여건을 감안할 때 득실 계산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LCD 산업이 거침없이 성장해 온 배경에는 발빠른 대면적 양산라인 구축과 효율성 향상을 통해 노트북·모니터·TV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 주효했다. 최근 3DTV 열풍에 이어 디지털정보디스플레이(DID) 등 옥외 디스플레이 시장이 개화하면서 패널 대형화는 디스플레이 업계에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패널 대형화, 왜 중요한가=패널 대형화는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전략이다. 디스플레이 시장 저변 확대는 물론이고 장비·소재를 아우르는 업계 패러다임 변화가 패널 대형화에 의해 이뤄졌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선발주자였던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시장 선두로 치고 나올수 있었던 배경도 패널 대형화를 주도한 것이 주효했다.
LCD의 저변 확대는 1990년 중반 노트북PC용 디스플레이로 채택이 확대되면서 시작됐다. 히타치 등 일본 업체가 10∼12인치급 노트북 패널을 생산할 때,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14.1인치와 13.3인치 등 당시로서는 대형 패널을 출시,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노트북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LCD 패널의 대형화는 2000년대 들어 15인치 이상 모니터용 LCD가 대량 생산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LCD 패널은 높은 가격으로 모니터 시장 진출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4세대에 이어 기판 크기가 처음으로 1m를 넘는 5세대 라인이 구축되면서 패널 대형화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특히 기판 크기 확대에 따른 디스플레이 소재 및 장비 산업 전반에도 큰 변화가 생겨났다. 무엇보다 5세대를 뛰어넘는 대형 생산라인 구축에 대한 업계 전반의 자신감이 확산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김중조 에드워드코리아 회장은 “초기 LCD 장비 산업은 반도체 라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경험과 기술을 LCD 장비로 이식하면서 발전해 왔다”며 “국내 패널 업체들이 책임감을 갖고 국산화를 독려하고, 또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얻으면서 대형 LCD 생산라인에 대한 업계 전반의 자신감이 확산된 것이 큰 소득이었다”고 말했다.
◇대형 패널, TV 시장을 열다=5·6세대 LCD 양산 라인 안착 이후 2004년 삼성전자가 한 변의 크기가 2m를 넘는 7세대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LCD 업계는 또 한 번 도약했다. 무엇보다 LCD TV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시작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또 대형 패널 양산 경쟁력을 기반으로 LCD TV 크기 표준화까지 주도하게 됐다. 2003년 당시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패널 업체들이 LCD TV 표준으로 30인치를 밀었지만, 삼성전자가 독자 주창한 32인치 제품을 TV 업체들이 표준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LCD TV에서 40인치급 이상 대형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으며, PDP와의 크기 경쟁에서도 주도권을 쥐게 됐다.
2006년 이후에는 8세대 라인 가동이 본격화하면서 LCD TV 시장과 함께 패널 업체들의 규모의 경제도 본격적으로 구축됐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8세대 가동이 2년 이상 늦었지만, 업계 최고 수준의 수율과 효율성을 발빠르게 확보해 대형 패널 시장에 대응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8세대 공장의 투자와 양산은 늦었지만, 생산 효율성에서는 어느 업체보다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는 40인치급 패널이 주류지만, 70인치급 대형 TV 시장에도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패널 대형화는 계속된다=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패널 대형화를 통한 시장 주도권 유지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장원기 삼성전자 사장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성장 엔진인 ‘뉴 LCD TV’는 실감있는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서 대형화가 지속될 것”이라며 “이에 발맞춰 패널 대형화 전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마치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람의 인지 시야각을 커버할 수 있는 60인치 이상 초대형 패널을 생산한다는 전략이다. 80인치 패널은 인지 시야각을 60도까지 확대할 수 있어 눈에 꽉 차는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 40인치는 인지 시야각이 30도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현장감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업체는 또 디지털 영화와 같은 콘텐츠에 적합한 새로운 포맷의 패널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60인치 이상 패널 생산에 적합한 11세대 라인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단기적으로 3D 기술을 바탕으로 대형 패널 시장 확대에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풀HD 240㎐ 편광안경식 47인치 3D 패널을 업계 최초로 양산했다. 또 3D 기술의 양대 방식인 편광안경 및 능동형 패널을 업계 최초로 출시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는 480㎐ 및 IPS 기술,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 등 고화질, 고속응답속도 기술을 대형 패널에 접목, 선명하고 눈이 편안한 화질을 구현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당분간 8세대 이후 대형 양산 라인 구축에는 신중한 상황이다.
유리기판과 장비 개발 현황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8세대급의 효율성을 확보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파주에 건립 중인 신공장(P9) 구축이 완료되는 2011년 4분기께 장비 개발 및 기판 기술 확보 여부에 따라 11세대 투자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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