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中企 핵심기술, 기술임치제로 지킨다

Photo Image

 중소기업의 핵심기술 유출이 위험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중소기업인 N사의 H대표는 기술유출로 인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폭락하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이유는 연구소장 및 직원들이 회사의 개발데이터를 삭제한 후 핵심기술을 갖고 경쟁사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이에 N사는 소송을 진행했으나 개발사실을 입증하지 못했고 결국 유출 당사자는 무죄로 풀려났다. 이로 인해 N사는 경제적 손실 외에도 내부적으로도 큰 상처를 입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유출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33.3%가 거래단절 등의 우려로 핵심기술을 대기업 등에 제공하고 있으며, 24.7%는 납품거래 시 기술탈취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을 제3의 공인기관에 보관해 둠으로써 기술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자료 임치제도’가 정부에 의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돼 현재 기술보호 안전장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기술자료 임치제도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도 유용하기 때문에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에 디딤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간 대기업에서는 협력기업의 파산·폐업 등으로 인해 납품받은 기술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빈번히 발생했다. 하지만 기술자료 임치제도를 이용하면 납품받은 핵심기술을 임치기관으로부터 교부받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기술에 대한 보험증서와 같은 기술자료 임치제도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40여년 전에 상용화됐다. 유럽 최대 임치기관인 영국 엔시시 글로벌은 이용기업이 1만5000곳을 넘고 있으며, 미국 최대의 임치기관인 아이언 마운틴도 이용기업이 5만여곳을 웃돌만큼 기술자료 임치제도는 국제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기술자료 임치제도가 크게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제도가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기반 강화가 선결 조건이다. 이에 기술자료 임치제도가 중소기업 핵심기술 보호에 버팀목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이 개정안은 지난 23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임치 기술에 대해 추정력을 부여함으로써 기업의 기술 개발사실을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소기업은 특허로 등록하기 어려운 영업비밀이나 내부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핵심기술에 대해서도 기술자료 임치제도를 통해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게 된다.

 또 제도 운영 담당자에게도 기술 유출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해 중소기업이 안심하고 기술을 임치기관에 맡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밖에 다른 기업의 기술을 절취해 임치할 경우에도 처벌조항을 마련했다.

이러한 취지의 기술자료 임치제도가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기를 바라며, 중소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앞으로는 기술을 뺏겨 눈물을 흘리는 일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권성동 한나라당 국회의원(ksdd22@naver.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