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세계적인 산업단지 클러스터를 꿈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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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업무차 영국 런던에 갔을 때 웨스트엔드에서 폐광으로 실업상태에 몰리게 된 한 광부의 아들이 세계적인 발레리노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감상했다. 배경은 영국 잉글랜드 북동부의 더럼(Durham)이라는 산골 도시다. 더럼은 19세기에는 세계 최대의 조선 생산기지를 보유했던 곳이기도 했지만 그 영광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막을 내렸다. 쇠락한 중공업지역이던 이곳이 최근 급변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과학과 첨단기술, 극소전자기술, 정보산업, 생명공학, 그리고 문화관광산업이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더럼과 유사한 사례를 강원도에서 찾을 수 있다. 1998년 강원도 원주시에 661㎡ 규모의 창업보육센터가 만들어지고 의료기기 관련 업체 10여개가 입주하기 시작했다. 아무 기반도 없던 원주시가 첨단 의료기기기의 메카가 되리라 예상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노력의 결과로 2004년 전국 7대 산업클러스터 시범단지로 지정되었을 뿐 아니라 창업보육센터 면적의 500배나 되는 의료기기 전용 산업단지가 건설돼 이제 원주는 헬스케어 분야의 핵심도시가 됐다.

 2009년 현재 105개 의료기기 관련 업체가 입주해 연구개발 및 생산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가용공간이 포화돼 추가로 산업단지를 조성할 정도다. 원주 의료기기 클러스터 입주기업의 생산 및 수출 증가속도는 전국 평균의 5배 이상이다.

 가시적인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업체의 인식의 변화다. 기업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보면서 서로 협력하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 결과 기업들은 인근의 대학 및 연구소와 함께 정부의 첨단 연구개발과제에서 대기업을 제치고 당당하게 선정되기도 하고,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해 성공한 기술은 해외 바이어와 대형 계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협력으로 얻은 성공은 중소기업들이 클러스터 사업을 알기 전에는 미처 꿈꿀 수도 없었던 값진 경험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원주가 세계적 클러스터로 발돋움 하길 꿈꿔본다.

 최수정 한국산업단지공단 클러스터사업팀장 crystal@e-clus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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