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 강세에 영향을 미친 요인에는 ’인텔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국내 업종 대표주(株)들의 주가가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IT), 포드(자동차), JP모건체이스(금융)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주가에 뚜렷이 연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종 업체 주가가 어느 정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 공조 논의가 힘을 얻으면서 주가 동조화(Coupling)가 더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국내 주식투자에도 해외 경쟁업체들의 주가 움직임을 가늠자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우’ 따라가는 코스피…상관계수 0.92=26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코스피지수와 미국 다우지수의 상관도가 대폭 커졌다.
작년 1월부터 지난 22일까지 두 지수의 상관계수는 0.92로, 사실상 동행하는 흐름이었다. 2007년 1월 이후 상관계수(0.78)에 비해 크게 상승한 수치다.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높고 0은 거의 관련성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상 0.7가량을 넘어서면 상관도가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에도 ’미 증시가 기침하면 한국 증시는 감기에 걸린다’는 속설이 있었지만 2008년 4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연계성이 더욱 강화됐다는 얘기다.
한미 증시의 상관계수가 이처럼 높아진 것은 기본적으로 세계 경제가 동반 회복한 영향이 크다. 각국의 경기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었지만, 유동성공급 및 출구전략 등에서 국제 공조에 힘이 실리면서 주가지수가 같이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해외 자본시장과 연계성이 강화된 측면도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2008년 말 28.74%에서 22일 33.00%로 높아졌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위기를 거치면서 각국은 내수부양과 금융규제, 성장동력 등 거의 같은 이슈들을 고민하는 입장이 됐다”며 “여기에 외국인이 활발한 거래에 나서면서 각국 증시가 동조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애플·인텔·MS 모두 공동운명?=한국과 미국 증시의 동조화 현상을 설명할 때 흔히 인용되는 종목은 삼성전자와 인텔이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IT 업종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웃돌다 보니 인텔 주가와 코스피지수가 동행하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미국의 다른 IT 업체들과도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작년 1월 초부터 지난 22일까지 삼성전자와 인텔의 주가 상관계수는 0.96에 달했지만 애플(0.95)과 마이크로소프트(0.90)도 그에 못지 않았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45만1천원에서 84만1천원으로 거의 갑절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44달러에서 31.39달러, 인텔은 14.66달러에서 23.99달러로 올랐다. ’아이폰 효과’ 등에 애플은 85.35달러에서 266.47달러로 3배가량 급등했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인텔이든 애플이든 삼성전자든 주가가 좋다는 것은 글로벌 IT 수요가 양호하다는 의미로, 소비재 업황에 따라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간다”며 “다만 경쟁업체이기도 한 만큼 상승폭에서 차이가 날 수는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소니와 0.55, 제너럴일렉트릭과 0.40, 월풀과 0.53의 상관계수에 그쳤다.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 사업이 주가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 가전업체들과는 상관도가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포드, KB-JP모건 동행관계=IT와 함께 국내 증시를 이끄는 자동차와 금융 대표주들도 글로벌 플레이어와 동행하는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미 포드와 0.91의 상관계수를 기록했다. 반면 도요타와는 0.53의 상관도에 그쳤고 독일 폴크스바겐과는 -0.89로 역행하는 흐름이었다.
현대차는 3만9천500원에서 12만5천500원으로 뛰었고, 포드는 2.29달러에서 14.2달러로 6배로 올랐다. 도요타는 2천905엔에서 올 초 4천200엔까지 상승했지만 ’리콜 사태’를 겪으면서 현재는 3천600엔으로 떨어졌다. 폴크스바겐은 248유로에서 75유로로 급락한 상태다.
대신증권 김병국 연구원은 “현대차 주가는 미국 시장 점유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미국 시장에서는 포드와 혼다, 현대차 등이 모두 점유율을 높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KB금융은 씨티그룹(0.43)보다는 JP모건(0.93)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신영증권 임일성 연구원은 “글로벌 자금이 함께 움직이면서 은행주들이 동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제 공조와 금융규제 등과 맞물리면서 ’리먼 사태’ 이후로 동조화가 짙어졌다”고 평가했다.
씨티그룹은, 올해 중으로 민영화 절차를 밟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우리금융과 동조화가 강하다는 분석도 있다.
인터넷 대표주인 NHN은 구글(0.77) 및 야후(0.78)와 일정 수준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다만 글로벌 사업을 펼치는 구글과 비교할 때 NHN는 국내 비중이 크기에 논리적인 연관성은 크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세계 1위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과 0.94의 높은 상관계수를 보였다. 신일본제철과는 0.64로 상대적으로 상관도가 낮았다. 철광석 값에 따라 철강사들이 유사한 영향을 받지만 포스코와 아르셀로미탈은 원료 자급률에서 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주가 동조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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