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인에서 기업으로 나아가는 모바일
기업 생태계에서 변화는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그 변화의 파장이 미치는 범위는 각각 다르다. 스마트폰은 최종 사용자의 인터넷 접근성부터 기업의 업무 환경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PDA나 일반 핸드폰, 업무 채널 등 다양하게 전개되던 기업의 업무 환경 변화는 스마트폰이라는 하나의 테마로 수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09년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73만 대 수준이다. 올해 들어 월 판매량은 20만 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400만∼500만 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것은 전체 핸드폰 시장의 20∼25%에 이르는 수준이며, 2012년에는 이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양적인 팽창보다 더 중요한 것이 스마트폰으로 인해 초래되는 질적 변화이다. 스마트폰은 이동통신 산업이 기존 음성통신 위주의 서비스 구조를 벗어나 데이터 중심의 서비스 구조로 이전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3G 서비스 도입 이후 고객 당 매출액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국내에서는 3G 서비스가 이런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스마트폰은 국내에서 그런 변화의 주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2월 말 현재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124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체 핸드폰 사용자의 3%에도 못 미치는 규모이다. 하지만 무선 데이터 트래픽의 58%가 이들 스마트폰 사용자들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변화는 모바일 분야의 일반 소비자와 플랫폼 사업자, 컨텐츠 생산자, 단말기 제조업체, 포털, 써드파티 개발업체, 통신서비스 업체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의 대응 포인트는 저마다 다르다.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는 전략적 차원에서 단말기 정책을 수립하고 데이터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납품업체 관리,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출, 모바일 업무 생산성 향상, FMS(FMC) 비즈니스 모델 정착, 컨버전스 전략 구체화 등도 시급한 과제이다. 단말기 제조업체는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단말기 라인업과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스마트폰과 PC, TV 등을 연결하는 멀티스크린 연동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가는 키워드는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즉 △이동성(mobility) △편의성(convenience) △기업 업무 적용(walking office)이 그것이다.
이동성은 장소에 제한 받지 않고 자유롭게 공간을 이동하면서 정보를 습득하고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뉴스 사이트 접속이나 웹 검색, 사진 및 동영상의 공유를 자유롭게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편의성은 사용자가 현재 서 있는 그곳에서 사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능력을 의미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가 이러한 능력을 갖게 될 때 현재의 네비게이션 장비나 서비스는 조만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맛집 찾기, 개인형 광고 등 맞춤 정보 서비스가 현실성을 갖게 된다. 기존의 SMS(short message service)는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SNS(social network service)로 대체되고, 개인형 방송 청취와 e북 등 개인 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기업 업무 적용은 스마트폰의 기능을 비즈니스 업무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도 기업용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메일 확인, 결재, 영업 관리, 재고 관리, 인사 관리 등 기업의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도구로 스마트폰이 활용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오라클, SAP, SAS, 세일즈포스닷컴 등 기업용 솔루션 업체들도 스마트폰을 지원하는 솔루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 활용이 개인 사용자층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기업의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한 도구로는 아직 활용 사례가 많지 않다. 하지만 KT 경영경제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생산 활동의 주역인 30, 40대 사용자층의 경우 스마트폰을 생산성 향상 용도로 사용하는 비율이 카메라나 위치 서비스(LBS)에 활용하는 비율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스마트폰을 기업의 생산성 향상 도구로 사용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술은 2가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첫째는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통신서비스 사업자가 특정 산업분야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하여 스마트폰과 함께 턴키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고객과의 연관성 속에서 고객 가치를 향상시키는 도구로 사용되는 방식으로,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들이 이러한 경향을 주도하고 있다.
2.통신과 단말기의 결합 서비스
SK텔레콤은 산업생산성향상(IPE)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모바일 서비스의 새로운 패러다임 창출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국내 GDP의 2% 성장에 기여할 경우 그 시장 규모가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ITE의 사업 모델로는 ICT 기반 양방향 교육시스템, 스마트 의료 프로그램, 차선이탈 경보 기능을 가진 지능형 자동차, 최적화된 경로를 제시하고 효율적 운송을 위해 원격 공급관리가 가능한 지능형 물류, 지능형 교통관리시스템, 스마트그리드, 지능형 주택 등이 거론된다. 즉, 통신 사업자가 네트워크 파이프에만 의존하지 않고 토털솔루션 사업을 지향한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변화를 추구하는 수단으로 SK텔레콤은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하여 써드파티 업체들과 공동으로 B2B 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중소기업, 벤처, 정부기관 등 다양한 관계자들의 아이디어와 플랫폼, 솔루션을 SK텔레콤 자체 역량과 연계하여 시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복안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러한 SK텔레콤의 노력에 대해 “그동안 네트워크 인프라를 확보했다는 이점을 활용해 슈퍼갑(甲)으로 군림했던 이동통신서비스 업체들이 점차 ‘을’의 위치로 옮겨가고, 다양한 고객 접점을 갖춘 기업들이 ‘갑’이 되는 변화”라며“앞으로 이동통신서비스 업체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일반 기업들에게 선(先)제안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KT 역시 모바일 플랫폼의 경쟁력 부족을 WAC(Wholesale App Community)라는 사업자 연대기구와 USIM의 플랫폼화, IPTV 플랫폼 연동 등을 통해 보완하면서 단말기들의 서비스 연동으로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포석을 추진하고 있다. 단말기와 네트워크, 서비스가 융합된 트리버전스(Trivergence, triple convergence)를 통해 WCDMA와 와이브로, 와이파이 등 3W 네트워크에서 다양한 단말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선정했다.
근거리 무선통신(NFC, Near Field Communication) 기술을 활용해 모바일 교통카드, 모바일 신용카드 등 새로운 스마트폰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한편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이코토베이션 센터(Econovation Center)를 만들어 SMS/MMS, LBS, 114DB 등의 API를 개방해 혁신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사물통신(M2M) 역시 스마트폰의 서비스 발전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부터 미국의 기업 모바일 시장에서 강력한 위상을 확보하고 있던 블랙베리 진영의 엔터프라이즈 전략은 보다 구체적이다.
그동안 블랙베리는 주로 이메일이나 그룹웨어, 웹브라우징에 쓰이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기업들이 블랙베리를 CRM이나 기업간 협력, 현장 업무를 지원하는 주변기기와의 협업의 도구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착탈 방식의 스마트 무선 결제기를 POS 매장이나 배달 전문 프랜차이즈 등에 도입해 빠르고 편리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3.모바일 거버넌스의 이슈들
모바일 비즈니스는 10년 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 과거형 모바일 비즈니스와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시대의 스마트 비즈니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컴퓨터가 등장하기 이전의 비즈니스에서는 규모가 큰 기업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가장 빠른 기업이 승자가 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에는 실시간 기업이 승자가 되는 시대가 다가오게 된다.
2014년의 모바일 트래픽은 2009년에 비해 36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트래픽의 66%는 비디오 데이터가 차지할 전망이다. 과거에는 IT 사용자들이 책상을 떠나는 순간 정보나 업무와 단절되었지만, 이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금융 정보 및 시장에의 접근이 이루어지는 시대가 됐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 분야는 모바일 혁신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은행과 증권사는 최종 고객을 대상으로 B2C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증권사는 스마트폰을 통해 비용 절감 및 고객 대응 서비스를 시작한 단계이다. 보험사의 경우 영업사원과 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종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보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영업 부문의 경우 과거 PDA를 활용한 시도는 실패했고, 현재 노트북과 넷북 등을 활용해 영업 활동을 지원하는 수준이지만 점차 스마트폰을 통해 현장 완결형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보상 부문에서는 해당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고 업무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간단한 보험계약 조회 수준의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보험금 지급, 차량 견적 등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보험사의 업무 프로세스는 고객 접촉 및 영업 기회의 확대라는 방향에서 전반적으로 모바일 기술을 활용한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 보험에서 △사고 및 고장 접수와 출동, 처리 결과 입력 등 처리 시간 단축 △이동 중 자동차 특약 또는 가입금액 변경 요청 등 실시간성의 극대화 △고객 면담과 GPS를 활용한 주변 가망고객 검색 등 영업 기회 측면의 접근이 활발하다. 해외 보험사들은 B2C를 강화하고 이를 CRM 활동과 연계하는 추세이다.
국내 금융사들의 스마트 비즈니스 추진에는 몇 가지 이슈가 남아 있다. 먼저 스마트 인프라 투자를 일종의 별책부록으로 보는 시각을 들 수 있다. 전반적인 스마트 비즈니스의 로드맵이 없고, 스마트 인프라는 부차적인 요소라는 인식으로 인해 유지보수도 장비와 운영체계 차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전체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스마트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역시 IT 부서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다 기획과 분석에 들이는 시간이 전체 개발 기간의 10% 내외여서 품질을 담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스마트폰 기술을 적용할 대상 업무도 실시간 커뮤니케이션과 실시간 업무 처리로 제한적이며, 비즈니스 프로세스 개선이나 컨텐츠, 모바일 UX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
현재로서는 서비스의 제한을 풀어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판매 활동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서비스의 적용 범위 확대에서는 스마트폰의 기술적인 특성을 고려해 위치기반 서비스나 증강현실 측면의 서비스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4.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아이폰의 성공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힘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플랫폼은 제품 자체 외에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과 제품의 가치를 보완하는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하는 기반을 의미한다. 뛰어난 플랫폼은 제품 본연의 가치 이상의 파생 제품과 서비스를 촉진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기반이 된다.
아이폰 플랫폼은 유닉스에 기반한 맥OS X의 우수성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휴대폰에 탑재할 만큼 최적화한 핵심 OS 레이어부터 경쟁력을 갖추었다. 그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하나의 가치로 인식, 고객에게 완성도 높은 명품을 주려고 했던 고집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드라이버 등 장치 소프트웨어를 관리할 코어 서비스 레이어와 멀티터치와 가속계 등 스마트폰의 신기술 레이어를 몇 가지 덧붙이는 것만으로 사실상 플램폼이 완성된다.
애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존 아이튠즈와의 연계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어플리케이션 마켓플레이스인 앱스토어로 비즈니스 플랫폼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했다. 그 결과 무제한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태동되는 생태계가 열렸다.
이런 애플의 전략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 어플리케이션 마켓플레이스는 세일스포스닷컴의 선례가 있고, 애플 기기들은 꽤 저렴한 부품과 기술로 만들어졌다. 저사양의 단점을 가리기 위해 플래시 등 리치 클라어인트 환경을 배제하고 멀티태스킹을 제한하고 있다. 증강현실과 멀티터치 기술은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알려진데다 소송까지 걸려있는 상태다..
하지만 아이폰은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휴대전화와 PC의 경계는 이제 급속히 허물어질 것이다. 일반 휴대폰, PMP, 휴대용 게임기의 종언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통적인 4P 전략으로 경쟁하는 레드오션 전략에서 벗어나 오로지 가치의 혁신이라는 블루오션 전략의 힘이 이것이다.
아이폰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가치혁신, 블루오션의 사례를 보여주었다. 애플 블루오션 전략의 위력은 앞으로 더욱 분명해진다. 경쟁자들이 아무리 미투 전략을 구사해도 간격을 좁히기 어렵다. 경쟁자들의 자랑이던 기존 경쟁력 자체가 걸림돌이 된다. 우수한 제조업 경쟁력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애플을 절대 이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최초의 혁명적 창조자’란 애플의 기업 이미지는 소비자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플랫폼 전략부터 애플과 차별화된다. OS 커널이 리눅스란 점, 애플의 오브젝티브 C와 달리 자바 어플리케이션을 기동한다는 점, 안드로이드를 오픈하여 유명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이 손쉽게 입맛에 맞는 사업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를 방목 상태로 풀어놓았다는 점 등이 이채롭다.“우리의 제품은 명품이니 우리의 법을 따르라”는 애플의 태도와는 180도 다르다.
소비자와 업계의 반응도 장기적으로는 안드로이드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의 열세도 시간이 지나 시장이 성숙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즉, 업계 1위가 원하는 것은 시장 점유율 1위이지, 점유율 100%가 아니라는 점이 그것이다.
플랫폼이 개방된 IBM PC 진영에 비해 애플은 매니아들의 전유물로서 시장점유율이 낮았다. 그러나 매킨토시의 아이맥 등은 브랜드 자체로 보자면 늘 시장점유율 수위였다. 물론 그 점유율은 한 자리 숫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 애플의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25%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니 차분히 자기 전략을 고수하기만 하면 된다.
안드로이드 ‘진영’이 아이폰을 이길 수는 있어도 개별 안드로이폰 ‘제조사’가 아이폰을 이길 확률은 ‘0’으로 수렴한다. 다수시장을 점하고도 승자 진영의 개별 주체는 모두 패하는, ‘이기고도 지는 딜레마’를 시장이 깨닫는 날, 애플의 후속전략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구글의 전략 목표는 스마트폰 시장의 승리가 아니다. 그러나 당장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 목을 걸어야 하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개별 참전 기업"들의 속내는 다르다. 과연 소프트웨어와 인터넷이란, 출신 배경부터가 다른 사령관이 연합군을 이끌 수 있을까? 구글의 창조적 경영전략에 깊은 관심이 가는 이유다.
5.스마트 IT와 클래식 IT
스마트폰에서 촉발된 변화는 개인의 일상을 넘어 오피스와 비즈니스 환경을 혁신하고 새로운 스마트 IT의 시대를 열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IT에 대응되는 개념, 즉 종래의 클래식 IT는 많은 경험과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영진과 IT 분야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기존 채널과 서비스 기반은 일상용품(commodity)처럼 취급하여 IT부서가 알아서 처리할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곤 한다. 이것은 그다지 낯선 경험이 아니다. 바로 10여 년 전 불어닥쳤던 인터넷 비즈니스 열풍이 그것이다.
"닷컴" 열풍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비즈니스 혁명이 닥쳤을 때 기업들은 "도메인 사재기"에 착수했다. 우수한 웹사이트 개발자가 씨가 마르자 웹에이전시를 찾았다. 기술과 시장이 성숙해지자 역량을 내재화하면서 투자를 계속했다. 하지만 당시 웹에이전시 중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 얼마나 될까? 당시 인터넷의 기술 역량은 클래식 IT 환경과 조직에 제대로 이식되고 관리되었는가?
스마트IT가 기업 환경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클래식IT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이것은 스마트IT만의 문제가 아니라 스마트IT와 클래식IT를 결합해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이고 업무 프로세스를 최적화해야 하는 기업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클래식IT를 활용하는 기업들의 내재적 역량에도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잠재해있다는 점이다.
현업과 IT가 요구사항을 제때 정의하지 못하고, 시장의 변화에 느리게 대처하고, 요구사항 몇 줄을 토대로 소스부터 열어 뚝딱거리고, 변경 영향은 예측할 수도 없고, 테스트 시나리오는 미리 준비되지 않고, 작은 규모의 유지보수라면 개발자 본인이 테스트해서 디플로이 해버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프로젝트의 분석과 설계 공정은 산출물을 위한 작업으로만 느끼며, 그 효과를 경험해본 적도 없고, 분석이나 요구사항의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개발자들도 많다. 관리자나 선임자는 메인프레임이나 클라인트 서버 환경만 경험했고, 웹서비스와 분산과 가상화 기술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정작 젊은 개발자들이 담합하여 휴먼에러를 숨기면 발견해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클래식IT 환경이 갑작스럽게 스마트IT 환경을 맞이한다면 어떻게 될까. 다시 한번 벤더들이 강조하는 패러다임의 바퀴에 몸을 맡겨 절벽을 굴러내려갈 것인가.
클래식한 기업 IT는 수많은 엔지니어링 기술과 기법을 배웠지만 정작 스스로를 엔지니어링화하지 못했다. 산업화, 조직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기업은 핵심 프로세스인 IT 업무를 어떤 방식으로건 산업화, 조직화해 예측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현재 클래식IT와 스마트IT에 공통적으로 주어진 과제이다.
투이컨설팅 김용훈 수석 anew@2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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