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스너(대표 김덕한)는 기계 연결 부품인 볼트·너트 전문업체다. 지난 1991년 설립된 미국 언브라코의 한국지사가 전신이다.
언브라코가 철수를 결정하자 김덕한 사장이 법인을 인수해 한국화스너로 새 출발했다. 2000년엔 스위스 보사드사와 합작법인 한국보싸드를 설립하고 2007년까지 공동사업을 펼쳤다. 지금은 언브라코의 고장력 렌치볼트와 부막스의 스테인리스 볼트·너트류를 국내 시장에 공급한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고품질 볼트·너트류도 판매한다.
한국화스너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경험이다. 지난 20여년간 볼트·너트 관련 사업만 해오면서 쌓은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이 초청해 관련기술 세미나를 진행했을 정도다. 이 같은 기술력을 토대로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다양한 종류의 프랜지볼트와 탭타이트 볼트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동안 국산화한 제품만도 ‘프랜지 소켓렌치볼트’ ‘와샤붙이 둥근머리랜치볼트’ ‘코니칼 1-SEMS 소켓렌치볼트’ ‘탭타이트II’ ‘탭타이트 2000’ ‘패스타이트 2000’ ‘렘폼’ ‘파워락’ 등 10개 품목이 넘는다. 볼트·너트류 대리점을 대상으로 한 모든 기계장비의 조립과 관련한 기술 지원도 주요 사업모델이다. 이를 위해 기계요소 일반지식에 대한 제품별 특수교육은 물론이고 조립비용 절감을 위한 프로젝트 관리도 해준다.
무엇보다 주력하는 사업은 공급관리(VMI) 시스템 판매다. 일반적으로 부품 조달비용은 부품단가와 수량의 곱으로 계산한다. 여기엔 재고관리를 위한 인건비와 재고비용도 포함됐다. 회사는 바로 이 점을 주목했다. 인건비와 재고 비용을 축소, 결과적으로 부품조달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네트워크 방식의 공급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계획생산을 가능케 해 효율적인 부품 조달 관리를 구현해준다. 지속적으로 부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고객사와 인하폭을 낮추려는 부품업체가 상호 윈윈할 수 있게 해주는 툴인 셈이다. 보싸드와의 합작법인인 한국보싸드를 운영할 때부터 이런 시스템에 눈을 떴다.
김 사장은 VMI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고, 이후 지속적인 개발작업으로 독자적인 전자저울식 재고관리(DSL) 시스템을 개발했다. 부품 창고 선반에 전자저울을 설치해 재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리면 이를 토대로 부족한 부품을 발주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최근엔 한발 더 나아갔다. 입출고 작업공간에만 저울을 설치하는 방식도 개발했다. 지난해 자비를 들여 LS산전 청주공장에 이 시스템을 설치했다. 4000만원 어치에 달하는 기존 재고 물량도 전량 매입해 LS산전의 재고비용을 ‘제로’로 만들어 주고 월간 사용량에 대한 대금만 지급하는 사용량 정산 방식으로 전환토록 했다. 물론 이로 인한 이득은 타 부품업체와 LS산전에 돌아갔다. 한국화스너는 이를 통해 고객사에게 원가절감 효과를 제공하고, 화스너는 공급가격을 유지하는 상생협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당장 손해이나 장기적인 차원에서 이득을 얻겠다는 한국화스너만의 ‘롱텀’ 전략이다.
평택=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인터뷰/김덕한 사장
“고객사의 구매부서는 원가절감이 주된 임무입니다. 원가를 얼마나 절감하느냐로 업무 성과를 평가받죠. 그러다 보니 생산이나 기획·설계 등을 담당한 연구원이 아무리 좋은 제품을 선택하더라도 실제 공급 여부는 가격에 따라 결정이 됩니다.”
김덕한 사장은 대기업들이 강조하는 ‘상생협력’의 맹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그가 꼽은 맹점은 구매담당자의 업무평가를 단가를 얼마나 절감했느냐는 것만으로 따지는 인사시스템과 구매예산을 미리 정하는 예산시스템, 구매담당과 타 부서간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조직시스템 세 가지다. 이러한 이유로 최고경영자들이 항상 상생협력을 얘기해기 해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고 그는 분석했다.
“결국은 품질이 도외시된 채 가격만 따지죠. 무조건 깎다보니 부품 가격은 항산 바닥에 머물고, 그런대도 더 깍아야 하니 결국은 중국산 밖에 답이 없죠. 국내 시장의 60%가 중국산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최근 급작스러운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일본 도요타 자동차에 대해 “나사값 따지다 저렇게 됐다”고 꼬집는다. “최고 경영자들이 이런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많이 알려야 합니다. 인사시스템부터 바꿔야죠. 협력사 지원을 잘하면서 원가도 절감하는 구매담당자가 앞으론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가 공급관리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보급하는 데 자비를 터는 것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부품업계를 위한 합리적인 부품 단가 정책을 정착시키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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