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서] <2부-2> 해외 무선인터넷 성장 사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무선데이터 시장에 대한 일본과 미국의 차별화된 성장전략

 얼마 전까지 국내 인터넷 시장을 두고 ‘유선은 선진국, 무선은 후진국’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유선 인프라와 이용률 등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 반면에 무선인터넷은 이동통신사들의 ‘월드가든(walled garden)’과 정부 당국의 미온적 대응 탓에 한참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아이폰 등장 이후 상황이 돌변했지만 아직까지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길은 멀고 험하다.

 현재 무선인터넷의 강국은 일본과 미국을 꼽는다.

 일본은 이전부터 무선데이터 시장이 발달했으며 관련 분야 후발 주자인 미국도 최근 세계 선두자리를 겨냥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 2000년 말까지만 해도 전 세계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 분포는 일본이 81%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했으며 유럽은 5%, 미국은 1%에 그쳤다.

 일본은 2008년 4분기 데이터 가입자당 월평균매출(ARPU)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 성장해 약 2112엔에 달했다. 일본은 지난 1999년 ‘아이모드(i-mode)’가 등장한 이후 한 번도 전 세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2007년 전 세계 무선데이터 5위였으나 아이폰 출시 이후 급성장해 현재 세계 2위로 올라섰다. 데이터 ARPU는 연간 33%라는 가파른 성장률을 나타내면서 11.8달러에 달한다. 지난 2008년 4분기 수치를 비교하면 무선데이터 ARPU가 일본은 41%, 미국은 26%로 급성장했다.

 일본은 휴대폰을 통해 모바일 콘텐츠 프로바이더(CP)들의 다양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바일 인터넷’ 시장이 활성화됐다. 반면에 미국은 스마트폰 등 휴대형 인터넷 기기로 웹기반 인터넷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모바일 브로드밴드’ 시장이 확대되고 오픈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했다.

 일본과 미국은 각각 시장 특성별로 차별화된 성장 전략을 구사한 결과, 무선데이터 시장의 꾸준한 성장을 유지하고 있어 국내 통신사나 관계 부처에도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일본, ‘싸고 편한’ 모바일인터넷이 핵심=일본이 무선데이터 선두자리를 지키는 것은 유선 인터넷보다 저렴하고 편리한 모바일인터넷이 있기에 가능했다. 2000년 초 초고속인터넷 보급 지연으로 당시 ISDN 주력인 PC기반 유선 인터넷(당시 5000엔 이상)보다 더 편리한 휴대폰 기반 모바일 인터넷 ‘아이모드(당시 300엔+패킷당 0.3엔)’가 주된 이용 수단으로 부상한 것이다. 2000년 말에는 모바일 인터넷 가입자 수가 2700만명으로 성장했으며 1위 업체인 NTT도코모는 당시 아이모드 가입자만 1600만명이 넘어섰다.

 NTT도코모가 아이모드를 유선인터넷과 유사한 방식으로 구성해 이용자들에게 거부감을 낮추고 CP에는 개발 비용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또, 단말·장비·솔루션 업체들에 적극적으로 시장 참여를 유도해 모바일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한 것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애플의 에코시스템과 거의 비슷한 양상이다. 이용자들에게 단문메시지서비스(SMS)보다 e메일을 사용하기 편리하게 유도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현재 일본 모바일 인터넷 이용 용도의 74%가 e메일에 달한다.

 2003년부터 무선데이터 정액제 경쟁이 확대되면서 도입한 무제한 정액제는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한 이용량이 늘어나면서 CP들의 수익이 확대되고 이는 다시 CP업체들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다. 또, 콘텐츠 판매 외에도 전자상거래나 광고 시장까지 활성화되면서 모바일 인터넷이 수익 확대가 가능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성장했다. 일본의 모바일 광고 시장은 매년 30%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으며 2011년까지 두 자릿수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스마트폰 효과로 성장 가속화=미국은 오바마 대통령도 사용하는 블랙베리폰과 아이폰 등 스마트폰이 무선인터넷 시장을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한 유선 인터넷 콘텐츠의 무선 접속이 무엇보다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통신사들이 WCDMA/HSDPA 등 3세대(3G)로 무선망을 업그레이드하고 2008년 하반기 AT&T가 아이폰, T모바일인 G1폰을 출시한 이후 일명 ‘모바일 브로드밴드’ 시장이 급속하게 확대됐다. 최근 2년간 미국의 무선데이터 실적 상승세는 사실상 ‘아이폰’이 이끌고 있다. 지난해 1분기 AT&T의 신규 가입자 40%가 아이폰 가입자였으며 무선데이터 ARPU는 전년 대비 26.8%가 오르면서 줄어드는 음성 ARPU를 보존하고 있다.

 미국은 인터넷 접속시장 초창기부터 모바일이 주요한 접속 수단이었으며 최근 3G와 무선랜(WiFi)이 결합된 모바일 브로드밴드가 무선인터넷 접속 시장에서 틈새 시장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영향으로 미국은 전 세계 무선랜 접속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오픈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확대도 주요한 성장 요인이다. 애플 앱스토어, 구글 안드로이드마켓 등 오픈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모바일 광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생성되고 있다.

 특별취재팀: 김동석 차장(팀장) dskim@etnews.co.kr·서동규·홍기범·류경동·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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