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소송에서 상습 `모르쇠` 전술"

도요타자동차가 자사를 상대로 걸린 소송에서 제출을 요구받은 정보의 존재를 감추는 등 ’회피 전술’로 일관한 사실이 드러났다.

AP통신은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도요타를 상대로 제기된 소비자 민원 소송 기록 수십건을 살핀 결과 도요타의 이같은 행태를 발견했다고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요타는 특정한 성능 실험이 있었다는 사실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해당 시험의 존재를 아예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핵심 자료를 일본의 본사에서 받아내기 어렵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불리한 자료는 제출하지 않고 차량에 저장된 자료 공개도 거부했다고 AP는 전했다.

법원 기록을 보면, 콜로라도에서 도요타 포러너(4Runner) 전복 사고로 딸을 잃은 한 남성이 회사를 상대로 낸 생산품 책임 소송에서 도요타는 법원이 차량 내측 천장 강도 시험에 관한 기록을 제출하라고 명령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았다. 소송은 2005년 도요타 측에 유리한 배심원 평결이 나오면서 끝났다.

원고 측 변호를 맡았던 한 변호사는 도요타가 해당 기록을 제출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당시 재판은 공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텍사스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랜드 크루저가 급후진하는 바람에 차량과 차고 벽 사이에 끼어 숨진 뒤 소송이 제기되자, 도요타는 애초 사망 여성 유족 측 변호사에게 자신들이 이와 비슷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와 거의 내용이 같은 랜드 크루저 급발진 관련 소송이 1년도 채 되기 전 같은 텍사스주에서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규정에 따르면 도요타는 피해 여성 측 변호인이 이같은 유사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문의한다면 이를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법원은 재판부가 요구한 정보 제출을 피고 측이 거부해도 통상 이를 용인하고 있지만, 증거가 있음에도 없다고 부인하면 이는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AP통신이 이번에 검토한 소송 기록은 차량 전복과 에어백.변속기 결함, 제동장치 불량, 급가속 등 최근 전 세계적인 도요타 리콜 사태와 밀접한 내용이다.

그레이엄 에스데일 변호사는 도요타가 일본에 본사를 뒀다는 점을 악용해 증거 제출을 거부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면서 “포드나 제너럴모터스가 그랬다면 법원 명령을 받아 직접 기록에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