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시장조사 기관들이 D램 시장 전망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사장이 이례적으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 및 외신들에 따르면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은 최근 대만서 열린 GSA메모리 콘퍼런스에서 “상반기까지는 최종수요(end-market demand)가 강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하반기에 가격 안정세가 이어질 지 관심”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사장은 이에 앞서 지난달 23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낸탈호텔에서 열린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기이사회에서 “반도체 시장은 올해 2분기를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1분기 수요가 진짜인지 거품인지 알려면 2분기가 지나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시장조사 기관들은 활황을 예고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분석 업체인 IC인사이트는 올 D램 시장이 매출액 기준으로 작년보다 74% 성장을 점쳤으며 가트너는 2009년 대비 55% 증가를 예상했다.
실제로 D램 시장은 통상 비수기로 통하는 1분기에도 거의 가격변동이 없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에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D램 강세로 1분기 30%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극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실제 반도체 가격과 수요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일지 일부 의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선 최근의 가격 강세가 실제 수요인지 가수요인지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DDR3 전환에 따른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PC 기업들은 이에 따라 D램 확보에 나서면서 가수요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가수요로 인한 가격 강세는 실제 수요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역사적으로 큰 폭의 가격 폭락을 불러왔다. 또 지난해 3분기부터 D램 가격이 상승하면서 최근 PC 가격에서 D램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돌파한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결국 D램 가격 상승이 PC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이것이 PC 수요를 축소해 D램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 사장은 “세계 D램 업체들이 생산설비 확장에만 집중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신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신규 라인 증설 여부 등 굵직한 사안들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2분기 결과를 보고 전망이 보다 명확해질 때 추가 투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게 현재 입장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