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다국적기업의 국내 R&D센터가 폐쇄됐거나 극히 제한된 기능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아바고의 한국R&D센터가 휴대폰용 PA(전력증폭기) 부문 R&D에서 사실상 본사 역할을 수행, 주목받고 있다.
전성민 아바고코리아 지사장은 “한국 R&D센터가 최근 들어 사실상 전 세계 PA 제품의 개발을 도맡고 있다”며 “본사에서는 일부 기초기술 R&D 기능과 일부 특수 PA 제품 개발 기능을 수행한다”고 22일 말했다.
다국적기업의 한국 R&D센터가 이처럼 R&D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아바고는 사모펀드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와 실버레이크파트너스가 애질런트의 반도체 사업부문을 인수해 지난 2004년 설립됐다. 애질런트는 지난 2004년 국내 휴대폰 RF칩 업체인 웨이빅스를 인수하고 한국R&D센터로 전환했다. 애질런트의 반도체 사업부문 매각에 따라 자연스럽게 애질런트 한국R&D센터는 아바고 한국R&D센터로 변경됐다.
아바고는 설립 직후 휴대폰용 PA 부문 개발을 본사인 새저제이 R&D센터와 한국에서 병행했다. 이후 몇 년간 두 R&D센터간의 경쟁이 이루어졌고 제품 개발력 및 개발일정 단축 등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한국R&D센터로 자연스럽게 R&D 기능 상당수가 넘어왔다. 2000년대 후반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세계적인 휴대 단말기 업체로 성장한 것도 한국R&D센터가 완승을 거두게 된 이유로도 꼽힌다.
백승원 아바고 한국R&D센터 소장은 “한국R&D센터는 거의 밤낮없이 일을 하면서 개발일정을 준수했으며 한국R&D센터가 성과를 내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력으로 부상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R&D센터가 중책을 맡다보니 국내 R&D인력만 지난 2004년 30여명에서 해마다 10여명씩 늘어, 현재는 90여명에 이른다. 올해는 100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영업과의 시너지를 내면서 본사 전체 매출에서 국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8%에서 지난해 16%로 크게 높아졌다.
아바고 PA 제품의 국내 휴대폰 기업 채택률은 70%에 이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00년대 후반 상당수 기업이 정부 요청에 따라 정부 지원금을 받고 R&D센터를 설립했으나 성과를 내지못해 거의 유명무실해진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기업이 필요에 의해 R&D센터를 설립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아바고 한국R&D센터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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