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I사업’ 시작부터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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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출연연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출연연 내에 세계 수준의 국내외 우수 연구자를 초빙해 공동 연구를 실시하는 ‘세계수준연구센터(WCI)’사업이 연구 및 정주시설 마련 문제로 시작부터 어려움에 직면했다. 관련 예산을 사업계획에 반영하지 않은 교육과학기술부와 ‘일단 따고 보자’는 사업수행기관의 자세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22일 교과부 및 출연연에 따르면 올해부터 시작되는 WCI사업에 해외 초빙 석학과 연구팀의 연구 및 정주 시설 확보예산이 포함되지 않아 관련 출연연이 대책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WCI 추진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기능커넥토믹스 센터’에는 센터장인 미 듀크대 죠지 어거스틴 교수를 포함해 26명의 해외 연구자들이 한국에 왔지만 연구 공간 확보가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교과부가 마련한 WCI사업이 연구인력의 50%를 외국인으로 채워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이들의 국내 정주환경 조성을 위한 시설 확충 및 임대료 지원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KIST는 별도 시설을 신축할 예산이 없어 일단 기존 KIST 벤처동에 입주한 산학협력업체의 양해를 얻어 공간을 마련했다. 거스틴 센터장을 비롯한 해외 연구원들이 머물 공간도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주변 아파트의 장기 임대 물색에 나섰다.

KIST 한 관계자는 “향후 WCI 사업 관련 해외 인력이 50명까지 늘어나면 임대료만 수억원의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인프라 구축 예산을 확보 못한 상황에서 KIST가 ‘알아서’ 이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올해 교과부 예산 70억원을 확보한 KIST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첫해 예산이 각각 25억원에 불과한 핵융합연구소와 생명공학연구원은 소규모 연구소여서 어려움이 더 크다. 따라서 해외 과학자가 장기간 국내에 거주하며 이뤄지는 공동연구에 대해서는 많은 비용이 드는 인프라 및 시설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과부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국제화 사업이라 하더라도 연구공간 및 정주 환경 구축 항목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 WCI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교과부는 물론 사업수행기관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예산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일단 프로젝트를 따고 보자는 자세가 문제”라며 “WCI가 세계연구중심대학(WCU)사업처럼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성과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