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더 이상 사적인 공간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인터넷과 다양한 디지털 장비로 같은 공간에서 사생활과 직장생활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집의 변화는 컴퓨팅, 소형 가전의 디지털화, 모바일 기술을 축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홈’이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홈은 영상, 음악, 게임 등 콘텐츠를 사용하고 공유하는 데 막힘 없이 부드럽게 흘러가는 환경을 가능하게 하는 PC,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도구 및 소형 가전기기 등을 포함한다. 각각의 기기들의 상호 연동을 가능하게 하는 네트워크도 핵심 기술이 된다. 액센츄어는 지난 2007년 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디지털 홈 시장을 2680억달러(약 303조8300억원)로 추정했으며, 이것이 시장의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 홈 시장에는 성장요인과 위험요인이 동시에 존재한다. 일반 사용자는 가정 내 모든 기기를 디지털 방식으로 사용하고 여기엔 복합적인 기술이 들어간다. 이 기기들 간 연동이 원활하지 않으면 오히려 큰 불편을 초래하며, 사용되지 않는 기기들은 반품될 가능성도 크다.
이런 이유로 사용자들은 디지털 홈 장비 도입을 미룰 수밖에 없다. 또 디지털 홈을 구성하기 위해 들어가는 장비 가격도 문제가 된다. 각종 소형 가전과 이를 지원하는 기기들 때문에 디지털 홈의 이용료는 상승하게 되며 이 때문에 시장의 성장이 더딜 수도 있다. 소형 가전 업체와 서비스 제공자가 디지털 홈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발판을 마련하려면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킬 비즈니스 모델, 조직, 프로세스 및 시스템이 필요하다. 소비자의 요구를 담아낼 복잡한 디지털 기술은 결국 장비와 네트워킹을 쉽게 하는 새로운 방법을 뜻한다. 또 다른 부분은 우수한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디지털 홈을 구현해 가정 내에서 새는 비용을 줄이고 생활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분명 디지털 홈은 매력있는 시장이 될 것이다.
#디지털 홈 기술 성장
디지털 홈이 IT산업에서 지배적인 동향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 u시티나 BIS(Building Intelligence System)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홈이 구현되고 있다. 디지털 홈은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디지털 의료 서비스가 대표적인데, 국내에서는 u헬스케어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최근 부상하는 의료 관광 사업은 한국에서 수술이나 주요 치료를 받고 돌아간 후 원격진료로 의사와 환자가 상담해 꾸준히 진료를 받게 된다. 또 집안에 각종 의료장비를 장착하고 이를 이용해 측정한 혈압, 체온, 땀 배출량, 호흡, 맥박 등의 데이터를 병원으로 전송해 담당의사가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 환자가 갑자기 쓰러져 맥박이나 혈압에 큰 변화가 생기면 응급의료센터와 연결해 구급차를 집으로 보내는 서비스까지 접목한 u헬스케어를 제공하면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을 것이다.
디지털 홈에서 또 하나 고민인 것이 바로 가정 보안 및 감청이다. 이제는 SF 영화를 통해 소개된 보안시설들이 현실 세계에서도 가능하게 됐다. 출입구 통과 시 홍채 인식, 지문 인식, 정맥 인식 같은 시스템은 이미 상용화됐으며, 최근에 지은 아파트에서도 보안 카드를 사용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증대되고 있어 디지털 홈 시장에서 보안 장비는 꾸준히 인기를 끌 아이템이다.
디지털 홈 서비스가 고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각종 장비가 필요한데 이 장비들을 선택할 때 두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하나는 호환성이며 다른 하나는 복잡성이다. 호환성 측면에서는 하나의 장비에서 다른 장비에 디지털 방식으로 데이터를 보내는 것이 원활하지 않다. PC, TV, 비디오 카메라, 디지털 캠코더 등을 연동해야 하는데 이들을 서로 다른 제조업체가 만들었을 때 콘텐츠 전달 과정이 오래 걸리거나 다수의 변환 단계를 거쳐야 할 수도 있다. 또 기술의 복잡성 때문에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디지털 홈 구현과 유지, 관리를 방해하는 소형 가전들 때문에 디지털 홈 서비스 및 디지털 장비 업체들은 소비자의 반발을 감내하고 있다. 장비 간 접속 문제는 매우 민감하다. 수백만명의 사용자들은 매달 홈 인터넷 접속, 보안,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이용의 어려움에 대해 항의하고 종종 업체들에게 값비싼 방문 서비스를 요청하기도 한다.
디지털 장비의 반품률도 매우 높은 편이다. 액센츄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평균 장비 반품률은 소형 가전기기의 경우 11∼20%다. 일부 소형 가전의 반품률은 6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장비들의 맹점은 고객이 아니라 제조사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켰다는 점이다.
#디지털 홈 서비스 추진에는 치밀한 준비가 필수
소비자는 디지털 홈을 구현한 후 이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누가 유지관리 비용을 지급할지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다. 서비스 제공 업체는 디지털 홈을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지속적인 수익을 얻고 싶어한다. 디지털 기기 업체 역시 장비를 공급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비즈니스 모델에서 자신의 몫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보조금이라는 제도를 고려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액센츄어는 조금 다르게 접근한다. 사용자들은 생활 편의를 위해 서비스 업체에 일부 복잡한 기술을 제거해 달라고 요구하고 여기에 대해서는 당연히 대가를 지급하려고 한다. 디지털 홈 조사에 응한 소비자 대다수는 전화 지원, 백업 및 원격 감시 서비스와 같은 우수한 서비스에 대해 사용료를 지급하는 데 아무런 저항이 없었다. 그리고 응답자의 약 50%는 디지털 홈 이용을 위해 월 사용료를 내겠다고 답했다.
답답한 것은 디지털 홈 제공업체들이 요금에 대해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디지털 홈 네트워크를 쉽게 설치하고 작동시킬 수 있는 방식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했지만,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대로 홈 네트워크를 설계하고 구축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줄 만큼 신뢰도 높은 서비스를 만들고 유지관리하는 데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디지털 홈과 관련해 제공하는 기술로 높은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본 기술력 이상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효과적인 디지털 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에 따라오는 지시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디지털 홈 서비스와 장비 플랫폼을 쉽게 통합하고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플랫폼을 제공하는 서비스의 표준 인터페이스를 통해 기기와 서비스를 쉽게 확장하고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홈을 실현하는 데에는 표준 기술에 근거를 둔 장비를 갖추고 일관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고 개량한 정보 처리 상호 운용이 필요하다. 웹 서비스와 다른 인터페이스 및 프로토콜은 디지털 홈을 만드는 데 매우 중대한 요소다.
둘째, 장비 장착, 관리 및 지원을 포함한 프리미엄 기술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묶어 설계해야 한다. 최종 수익성을 고려한다면 디지털 홈 제공업체가 서비스를 준비해 소비자 경험을 확대시키는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지속적으로 기기와 서비스를 관리하며 양방향 교류가 가능하고 사용하기 편한 소프트패널을 제공해야 한다. 소형 가전의 기능과 유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최근 이슈는 소프트패널을 통제하는 데 모아지고 있다. 트라이버전스(Trivergence) 장비의 대표적인 사례인 애플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트라이버전스는 네트워크 상시접속,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및 서비스가 하나로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애플은 하드웨어 플랫폼, 소프트웨어 플랫폼, 서비스 플랫폼에 이르는 세 가지 핵심 플랫폼 영역을 수직 계열화해 MP3플레이어, 휴대폰 등 단말기 시장부터 앱스토어로 대변되는 서비스 시장에 이르는 전 부분에서 수익을 얻고 이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넷째, 디지털 홈 장비와 서비스를 위한 엔드투엔드 서비스 관리를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를 위한 기술을 만들려면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가정 방문 서비스는 잠재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다. 여기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업체는 분쟁을 완벽하게 해결하고 더 나은 장비와 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진형 액센츄어 TGP 상무 jin-houng.joung@accen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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