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누구를 위한 협회인가?

 “중소기업 돈 떼어다 대기업 주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연말에 남는 중소기업 자금을 시의 적절하게 당겨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다. 중소기업 자금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벌인 조치라면 문제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남아도는 상황에서는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본다.”

 “중소기업들에 계속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자금을 많이 쓰라고 독촉했지만 번번이 사용하지 못하고 연말에 (정부 및 에너지관리공단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ESCO 자금은 현재 대기업이고 중소기업이고 할 것 없이 사업을 활발히 해서 많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자금이 다 소진돼야 더 늘려 달라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자금을 뺏어 쓴다는 논리로만 볼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한도를 500억원으로 늘려준 상황에서 이를 맞춰주기 위한 조치라고 봐야 한다.”

 이 말은 중소기업 ESCO에 배정된 자금을 대기업 ESCO가 사용할 수 있도록 비율을 3 대 7에서 5 대 5로 바꾸는 것을 추진하는 데 대한 정부 ESCO 정책 담당자의 말이 아니다. ESCO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중소기업 ESCO들도 분명 협회의 회원사일텐데 이 말에서는 그에 대한 배려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중소기업 자금을 대기업이 쓰겠다는 얘기가 나온 원인이 중소기업에 있다며 이들에 대한 질타를 서슴없이 내뱉었다.

 협회에서 회원사인 중소기업 ESCO의 사정을 걱정하기는커녕 정부의 변명을 하기에 여념이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협회 말대로 중소기업 ESCO들의 사업 추진이 더뎌 자금을 다 소진하지 못하고 있다면 협회가 이를 비판할 것이 아니고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 같은 협회의 입장에 대해 중소기업 ESCO 한 임원은 “협회는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해 줘야 하고 특히 힘없는 중소기업 편도 들어줘야 한다”면서도 “협회 기득 세력이 대기업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냐”고 푸념했다.

 중소기업 ESCO를 대변해줄 곳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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