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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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투자 침체의 여파로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이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어플라이드머트리얼즈가 부동의 1위를 유지한 가운데,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의 설비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유기화학금속증착장비(MOCVD) 선두 업체인 독일 엑시트론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10일(현지시간)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은 159억2000만달러(약 18조500억원)으로, 지난 2008년 295억2000만달러(약 33조4700억원)에 비해 무려 46%나 급감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하나같이 혹독한 생존 싸움을 벌인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만이 43억5000만달러로 그나마 가장 많았고, 북미(33억9000만달러)·한국(26억달러)·일본(22억3000만달러) 등에 그쳤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VLSI의 분석에 따르면 사정은 더 심각했다. 상위 10대 장비 업체들의 매출액은 지난해 평균 38.2%나 추락한 것을 포함해 지난 2년간 50% 이상 떨어졌다. 연 매출 10억달러 이상 기업 수도 지난 2007년 9개에서 작년에는 6개로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최악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모두 살아남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어플라이드머트리얼즈는 지난해 35억9710만달러를 기록, 지난 1992년이래 18년 연속 선두의 자리를 지켰다. 도쿄일렉트론은 23억2370만달러로 지난 2008년 3위에서 2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메모리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고전하는 사이 도쿄일렉트론은 지난해 가장 많은 투자를 집행한 인텔을 주고객사로 확보한 덕분에 비교적 선방했다.

특히 후발 장비 업체 가운데는 독일 엑시트론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엑시트론은 LED 칩 핵심 공정장비인 MOCVD 시장 선두의 지위를 발판으로 지난해 4억1230만달러의 매출액으로 13위에 올라, 사상 처음 상위 15위 클럽에 가입했다. 특히 상위 15개 장비 업체들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 상승했으며, 매출 총이익률도 무려 44%에 달해 홀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올해도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LED 칩 업체들의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 힘입어 작년의 배인 8억달러의 매출을 거두며 장비 시장 10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