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반도체 시장 지나친 낙관 `금물?`

아이서플라이 "반도체 경기 사이클 복귀 수준"

올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은 글로벌 금융 위기 전 전통적인 반도체 경기 사이클로 복귀하는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골 깊은 불황의 늪에 빠졌던 작년에 비해 급반등하는 수준일 뿐, 전례 없는 호황을 구가할 것이라며 최근까지 쏟아졌던 장밋빛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요·공급 간 전통적 주기를 찾아가는 ‘완만한 회복세’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서플라이는 우선 그 근거로 최근 수년간 반도체 시장 규모를 들었다. 실제 2797억달러(약 317조1800억원)로 추산되는 올해 반도체 시장은 근래 수년간 사상 최악이었던 작년(2300억달러)보다 21.5% 급증한 수준이지만, 지난 2008년(2589)과 2007년(2734억달러)에 비해서는 각각 8%, 2.3% 늘어나는 정도다. 예년과 달리 지난해의 경우 반도체 시장 외적 변수인 글로벌 금융 위기가 큰 악재로 작용하면서 예외적인 현상을 보였다는 뜻이다.

지난 2001년 불황도 실은 반도체 업체의 과다한 생산 능력 확충과 닷컴 버블 붕괴로 인한 PC 수요 급락이 겹치면서 수요·공급 간 불균형으로부터 비롯됐다. 하지만 작년에는 반도체 산업이 거시경제 환경에 의해 추락한 ‘전례 없는 해’였다고 지적했다.

시장 규모 외에 최근 공급 부족, 가격 강세, 설비 투자 확대 등 겉으로 보기에 긍정적인 현상들도 보다 냉정한 판단을 요구했다. 일례로 근래 공급난을 겪고 있는 휴대폰 반도체 시장의 경우, 그동안 강도 높게 단행했던 감산과 설비 투자 중단의 여파로 신속한 생산량 증대가 어려운 요인이 큰 것으로 진단했다. 정상적인 시장 수요를 회복하고 있을 뿐인데도 마치 이례적인 호황처럼 여겨진다는 뜻이다.

올 들어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격도 전통적인 수요·공급 사이클에 따른 수준을 찾아가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아이서플라이가 독자적인 ‘조달가격인덱스’를 통해 예측한 결과, 대다수 반도체 제품들의 평균가는 올 1분기와 2분기 각각 2% 정도의 가격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 정도 하락률은 과거 반도체 시장에서 통상적인 수준이며, 가격 강세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밖에 올해 큰 폭으로 늘어날 설비 투자 규모는 지난 2007년이나 2008년에 비하면 위축됐고, 그나마 라인 신증설보다는 업그레이드 투자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호황의 신호로 간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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