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SBS 단독중계` 난제에 `곤혹`

방송통신위원회가 SBS의 동계올림픽 단독중계 이후 지상파 방송사간의 현 갈등 및 미래의 대립을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떠안게 됐다.

5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SBS는 단독 중계권을 보유한 월드컵이나 하계 올림픽 또한 원론적으로 중계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방송사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SBS가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단독중계하는 과정에서 공영방송 KBS 및 MBC 측과의 갈등이 증폭되고 축소보도 논란이 이어지는 등 사회적 잡음이 만만치 않게 불거진 바 있다. 국민 입장에서 볼 때 공중파를 통한 중계권을 둘러싼 갈등을 바라보는 시선은 고울 리 없다. 따라서 방송업계의 갈등을 풀어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비판에서 방통위가 결과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이와 함께 SBS와 KBS.MBC 사이의 중재 협상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방통위는 일단 사적 계약의 형태로 이뤄진 SBS의 단독중계권을 놓고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는 원칙론적 입장을 밝히면서 중재에서 한발짝 물러선 것으로 전해졌다. SBS 관계자는 “실무자들 사이에 지속적인 만남이 이뤄지고 있으나 양측간 이견의 폭이 너무나 커 대타협 등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효한 방통위의 개입 여지는 ‘시청점유율’ 확보 여부에 대한 심사와 시장조사권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와 관련, 지난달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답변에서 “"방통위는 (SBS의 단독 중계가)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하기 위해 90% 이상의 시청이 가능한 시스템이 돼 있는지 의견을 듣고 있으며 곧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SBS의 올림픽 등 스포츠행사 중계권 확보의 전제조건이 90% 이상 시청가구 수를 확보해 보편적 시청권을 충족한다는 점을 인정한 데 따른 것이므로 이러한 전제가 무너진다면 SBS의 단독 중계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방통위는 우선 시장조사를 위해 8일까지 SBS 측에 이와 관련한 서면답변을 요청해 놓은 상황이다. 방통위는 시장조사 결과 SBS의 시청자 확보 범위가 기준에 미흡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경우 방송법 76조 및 시행령에 따라 행위의 금지와 개선계획 제출, 그밖에 시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사적 계약에 따른 재산권 문제에 개입하는 데 대해 신중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특히 시청점유율 산정기준이 법에 분명하게 명시돼 있지 않다는 지적은 부담이다.

이와 관련, SBS 관계자는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광고료 산정기준이 관행적인 기준이며, 이에 따를 경우 90% 이상 충족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방통위 이용자보호국 시장조사과 관계자는 “방통위가 중계권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며, 시장 상황을 잘 살펴 적절한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BS가 단독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나 6월 월드컵 중계의 경우 워낙 거액의 중계료를 한정된 방송시간만으론 충당할 수 없으리란 진단이어서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같은 단독중계 사태까지 이어지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지난 동계올림픽 중계를 통해 스포츠 중계에 있어 타 방송사 대비 우위를 점하게 된 ‘무형의 소득’을 올린 SBS가 이번에도 ‘독자적’ 판단을 내릴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SBS는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행사를 비롯 2012년 하계, 2014년 동계올림픽, 2016년 하계 올림픽에 대한 단독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