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아직은 ‘마이너’인 세계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했다.
애나 헌터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상무는 최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세미코 아웃룩 콘퍼런스’에서 현지 언론사 기자와 만나 “아직 파운드리 사업의 외형이 왜소한데,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라며 성공 가능성을 낙관했다. 적어도 고부가가치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TSMC·글로벌파운드리스에 이어 ‘메이저’로 부상할 수 있는 다크호스라는 확신이다.
3일 EE타임스 등에 따르면 헌터 상무는 파운드리 사업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삼성전자는 외부 고객사에 공급하는 파운드리 생산 물량을 매년 두 배씩 늘려 선두인 대만 TSMC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파운드리 사업에 역점을 두고 한국 내 공장 증설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특히 고부가가치 초미세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경쟁사가 극히 소수여서 승산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또 TSMC를 비롯한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 간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 45나노급 제품을 양산하면서 공세를 벌인다는 구상이다. 기술 경쟁력도 앞섰다고 자신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본격 선보일 예정인 32나노 및 28나노 제품에 전 세계 파운드리 업계 최초로 초미세 첨단 소재 공정인 ‘하이K/메탈게이트’ 솔루션을 적용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초미세 첨단 반도체 설계 기술인 ‘제조선행 디자인’에 맞는 ‘전자디자인자동화(EDA)’ 기술을 이미 양산에 적용 중인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라고 파운드리 사업의 성공을 자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의욕에도 불구하고 향후 시장 경쟁 구도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만 TSMC의 압도적인 우위 속에 또 다른 대만 업체인 UMC와 중동 자본이 투입된 글로벌파운드리스 등 3강 업체들의 지배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만 해도 TSMC는 89억8900만달러의 매출액으로 전 세계 시장의 과반을 차지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한 뒤 작년 매출 3억2500만달러를 기록하며 IBM에 이어 9위에 머물렀다. TSMC와 비교하면 겨우 3%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외형의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 확신하는 파운드리 사업의 성공 비결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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