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의 소중한 실패 경험을 살려라!’
국내에서 ‘한 번 창업 실패는 영원한 실패’라는 공식이 깨지게 될 전망이다. 정부와 민간에서 실패를 경험한 벤처 중소기업 CEO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잇달아 마련했다. 고위험 고수익(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하는 벤처기업의 실패 경험이 ‘기업가 정신’ 고취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22일 정부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이 이르면 1분기 실패한 중소기업 창업가에게 재창업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비롯해 신용보증기금·중소기업진흥공단·벤처기업협회 등이 관련 프로그램의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중기청은 실패한 사업가에게 최고 10억원의 재창업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재도전 프로그램’을 1분기 중 운영에 들어간다.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중진공을 통해 이미 2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지원 대상 등과 관련, 신용회복위원회와 협의 중이다. 지원 여부는 사업 실패 과정에서 자금을 유용한 사례가 있는지 도덕성을 집중적으로 볼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자금을 신청한 기업에 대해 자체 평가팀을 구성해 대상 적격성과 기술성을 평가하고 이후 신용회복지원 결정 및 자금지원으로 이뤄진다.
최수규 중기청 창업벤처국장은 “우리나라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달리 실패한 기업인을 부정적으로 보고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실패한 기업인의 경영 노하우를 활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가 정신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도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중진공은 이와 별도로 이달 9일부터 기업회생 컨설팅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법적 회생 절차를 신청하거나 신청예정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비용의 90%를 지원한다. 일시적 경영위기에 직면한 기업의 회생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벤처기업협회가 운영하는 ‘벤처기업경영재기지원제도(벤처패자부활제)’ 역시 올해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해와 크게 바뀐 것은 없지만 중기청이 기획 중인 재도전 프로그램과 공조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신청업체는 있었지만 공동으로 사업을 펼친 기술보증기금 심사를 통과한 곳은 없었다.
신용보증기금도 올해 ‘신보와 함께 일어서자’라는 구호로 중소기업 패자부활 프로그램을 펼친다. 채무상환능력은 없으나 상환의지가 있는 기업에 대해 회수활동과 법적절차 진행을 중단하는 회생지원보증과 신용관리정보를 해제하는 관리중지제도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안택수 신보 이사장은 “지속적인 회생지원보증 지원을 통해 채무자의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가능하게 해 채무자에게 경제적 재기 기회를 부여하게 될 것”이라며 “기금과 기업 모두에게 윈윈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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